무려 343일만에 느낀 짜릿한 손맛이었다. 한때 홈런으로 일본 열도를 호령했던 방망이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한방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 후 팀과 리그까지 옮기며 절치부심한 이승엽(35ㆍ오릭스)이 개막 2경기 만에 이적 마수걸이 대포를 쏘아 올리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요미우리 시절이던 지난해 5월5일 야쿠르트전 이후 근 1년 만에 터진 값진 홈런.
이승엽은 13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와의 정규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2-0으로 앞선 8회말 쐐기 3점포를 터뜨려 팀의 5-0 대승을 이끌었다. 6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승엽은 세 타석까지 무안타에 그쳤으나 마지막 타석에서 극적인 반전에 성공했다.
8회말 1사 1ㆍ2루에서 타석에 선 이승엽은 상대 오른손 투수 요시카와를 상대해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 144㎞짜리 몸쪽 낮은 직구를 걷어 올렸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만큼 초대형 타구로 끝없이 뻗어나가 교세라돔 오른쪽 3층 관중석을 강타했다. 비거리는 135m로 측정됐다. 이승엽은 주먹을 불끈 쥐고 다이아몬드를 돌았고,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감독은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박수를 치며 '해결사'의 화끈한 신고식을 반겼다.
지난해 요미우리에서 '전력 외'로 구분돼 홈런 5개에 그쳤던 이승엽은 올시즌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오릭스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절치부심(切齒腐心)'과 '와신상담(臥薪嘗膽)'을 머리 속에 새기며 착실하게 스프링캠프부터 준비한 이승엽은 전날 개막전에서는 3연타석 삼진을 당하는 등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날도 앞선 세 타석까지 삼진과 2루수 땅볼 2개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애를 먹는 듯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홈런을 터뜨리며 해결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시즌 첫 안타를 통쾌한 아치로 그리면서 이승엽도 심적인 부담에서 벗어나 서서히'거포'본능을 되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성적은 4타수 1안타(1홈런) 3타점. 시즌 2경기 타율은 1할4푼3리가 됐다.
이승엽은 경기 후 "아직 나만의 스윙을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홈런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운 좋게 큰 타구를 친 만큼 기분을 전환해서 앞으로 좋은 타격을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지바 롯데 김태균(29)은 개막 2경기 연속 침묵했다. 김태균은 지바 QVC 마린필드에서 열린 라쿠텐과의 홈경기에 1루수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으나 볼넷 1개만 얻어내고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삼진과 병살타도 1개씩 기록하며 최악의 컨디션을 보였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