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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남미 車금융 공략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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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남미 車금융 공략 시동

입력
2011.04.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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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8시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검정색 에쿠스에서 벽안의 인물이 내리자 바로 정몽구 회장이 다가가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그런데 정 회장의 인사를 받은 이는 자동차 업계의 인물이 아니었다. 스페인에 근거를 둔 산탄데르 은행의 에밀리오 보틴 회장. 언뜻 상관이 없어 보이는 두 인물이 의기투합한 것은 자동차 할부금융 때문이다. 정 회장이 "현재 추진중인 영국은 물론 중남미로 협력을 확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자 보틴 회장은 "세계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차와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답하며 두 사람은 미소를 머금은 채 포옹을 나눴다.

현대차그룹이 중남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사전 포석에 들어 갔다. 산탄데르 은행과 손을 잡고 자동차 금융을 강화, 2015년 세계 3위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브라질에 구매 인프라를 갖추겠다는 것. 두 회사는 기존 유럽시장에서의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13일 현대차그룹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보틴 산탄데르 은행 회장과 정 회장이 양사의 주요 사업 지역인 유럽과 남미에서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특히 영국에서 합작 금융사를 설립하고 브라질 시장에도 공동으로 진출하는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최근 각각 글로벌 자동차와 금융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급성장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1990년대와 최근의 금융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포착, 성공의 발판으로 마련한 것. 싸구려 차나 만든다는 비아냥을 듣던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톱4에 꼽힐 정도로 업계 강자로 성장했다. 산탄데르 은행 역시 25년 전만 해도 규모에 있어서 세계 152위에 지나지 않았지만 2009년 기준 세계 5위(시가총액 기준), 8,6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한 대형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1990년 이후 무려 130여 건의 기업 매수ㆍ합병을 주도한 보틴 회장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직원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 완성을 요구한 정 회장의 저돌적인 리더십과 비교할 만하다.

두 회사는 이미 손을 맞춰 재미를 보고 있다. 2009년 10월 양사가 세운 독일 합작사(현대캐피탈 독일)이 성공을 거둔 것. 지난해 독일 기아차 구입고객의 절반 가까이(약46%)가 이 합작사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했다. 양사는 이후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자동차 금융 제휴를 확장해 가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현대ㆍ기아차는 유럽에서 도요타를 누르는 성과를 맛보았다.

중남미는 양사 협력의 결정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이후 남미 지역 10개국, 30개 이상의 주요 은행을 인수한 산탄데르 은행은 기존 신용카드, 소비자 금융, 보험외에 최근 자동차 금융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 저울질 하고 있다. 때마침 2012년 브라질 공장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차와 궁합이 맞는 셈.

현대차 관계자는 "양사가 공동의 이해 관계를 갖고 있어 협력이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라며 "곧 영국 등 유럽과 브라질 시장에서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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