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고객 42만여명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007년 포털사이트 다음 해킹사건 때와 동일한 송금계좌와 해킹 수법이 이번 사건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 다음 해킹 사건의 범인 신모(37)씨를 지명수배했다고 13일 밝혔다.
신씨는 2007년 다음에서 고객정보 7,000여건을 빼낸 뒤 계좌이체를 통해 금품을 요구하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그는 2008년 5월에도 국내 한 제조업체의 인터넷사이트를 해킹하는 등 모두 4건의 개인정보 유출사건과 관련해 수배된 전문 해커다. 경찰은 신씨가 2008년 상반기에 필리핀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커가 현대캐피탈의 돈을 받아 분산이체한 7개 시중은행의 7개 계좌 중 하나인 국민은행 계좌(스카이디지털이라는 유령 법인 명의)는 신씨가 다음을 해킹한 뒤 돈을 보내도록 요구한 계좌와 같고 해킹 수법도 동일하다”고 밝혔다.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의 부탁을 받고 해킹에 사용된 경유서버 이용대금을 납부해 전날 체포된 A(33)씨도 “이 사람이 ‘내가 다음을 해킹한 유명 프로그래머다’ ‘해킹 이후 경찰을 피해 필리핀으로 왔다’며 자신을 소개했다”고 진술, 신씨의 범행임을 뒷받침했다. A씨는 “이 사람이 불법도박 사이트를 만들어주겠다고 접근하면서 경유서버 이용료 대금을 요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1일 신씨의 소재 파악을 위해 필리핀 경찰에 공조수사를 요청했지만 이틀이 지나도록 수신 확인조차 없는 등 비협조적”이라고 말해 신씨 검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또 서울 마포우체국 자동입출금기(ATM) 폐쇄회로TV에서도 현대캐피탈이 송금한 1억원 중 600만원을 인출하는 30대 후반 남성의 모습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에 따라 인출책은 이미 드러난 30세 전후의 남성, 20대 후반의 여성 등 3명으로 최종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인출책과 계좌 예금주로 등록된 유령 법인의 대표이사 등 4명을 국내에 있는 신씨의 공범으로 보고 이들의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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