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징벌적 차등등록금제가 카이스트 설립 취지에 어긋나고, 위법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참여연대 주최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이스트 사태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이광철 변호사는 “서남표 총장이 도입한 징벌적 차등등록금제는 한국과학기술원법 1조와 한국과학기술원 학사규정 19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우수한 학생들이 등록금 등 경제적 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해 과학영재로 양성하는 것이 카이스트의 당초 설립 취지였다”며 “이런 정책적 결단의 구체적인 결과가 등록금 면제로 이어졌고, 이는 ‘카이스트 학생에 대해 수업료 등 학비를 감면하거나 학자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학사규정 19조에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차등등록금제의 근거가 되는 ‘학업성적이 일정 기준에 미달한 학생은 납입금의 일부 또는 전액을 징수할 수 있다’는 학칙은 상위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카이스트는 학문간 칸막이를 걷어내고 창의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무학년ㆍ무학과 제도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징벌적 차등등록금제 실시 이후 학점 위주의 수강신청, 복수전공 신청자 급감, 동아리 활동 위축 등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카이스트의 해커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학생들이 국내에서 손꼽히는 보안전문가로 성장한 예를 들며 “동아리 활동은 취미생활이 아니라 학생들의 창의적인 자기계발로 이어지는데 학점관리 때문에 이런 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도 “수업료 징수 대상 학생이 2008년 302명에서 2010년 1,006명으로 급증했고, 징수 금액도 같은 기간 3.8배 늘어났다”며 “엄격한 상대평가 하에서는 아무리 공부를 해도 누군가는 반드시 등록금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서 총장에 대해 “학교 정관에 명시된 교수평의회조차 구성하지 않는 등 독단과 전횡이 심각하다”며 “총장으로부터 명예박사학위, 초빙교수 등 각종 혜택을 받은 이사들이 상당수 포진한 이사회가 서 총장의 거취 문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학생 대표로 참가한 이병찬(수리과학과 2007학번)씨는 “서 총장은 개혁안이 전반적으로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향후 유사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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