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톡 차단, 유료화…" 뜬소문에 온라인 전쟁
"등 떠밀려 싸운 격이에요.""하지도 않은 얘기들이 사실처럼 퍼지면서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졌어요."
최근 며칠 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모바일 메신저 소동에 대해 정작 당사자인 모바일메신저 업체들과 이동통신업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모바일 메신저란 스마트폰에서 고정형 무선인터넷(와이파이)이나 이동통신망을 통해 문자로 실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다.
소동이 일어난 원인은 이동통신업체들이 모바일 메신저를 차단할 것이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용 일개 응용 소프트웨어(앱)에 불과했던 모바일 메신저가 이용자 1,000만 명을 넘어설 만큼 무섭게 성장하면서 이동통신업체들의 와이파이나 이동통신망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주장이었다.
이 같은 소문 때문에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들이 이동통신업체를 성토하고 나섰고, 인터넷은 모바일 메신저 VS 이동통신업계의 싸움터처럼 변하고 말았다.
"등 떠밀려 싸웠다"
그런데 실상을 알고 보면 말이 말을 만든 싸움이었다. 대표적인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이통사들이 망 부담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면서 사건이 커지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은 여기에 '카카오톡 차단'이라는 제목을 붙여 불을 더 지핀 꼴이 됐다.
여기에 일부 네티즌과 언론이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통해 소문을 확대 재생산했다. '카카오톡 월 1,900원 유료화 결정''다음달부터 유료화 전면 시행' 등 황당한 소문이 그럴 듯하게 포장돼 인터넷에 퍼졌다.
순식간에 이통사와 카카오톡의 대결구도가 됐다. 그렇지 않아도 통화료가 비싸다는 원성을 듣던 이통사는 악당이 됐고, 휴대폰에서 건당 20, 30원을 받는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보낼 수 있게 해준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영웅이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두 번 억울 한 셈이다. 카카오톡 탓에 매 달 엄청난 양의 문자 메시지 수익이 줄어드는데 하지도 않은 얘기로 욕까지 먹었다. 표현명 KT 사장은 카카오톡의 유료화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 이통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유료화 얘기가 나왔다 들어갔다 한다"며 어이없어 했다. 그는 "카카오톡이 실제 망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그렇게 쉽게 막을 수 없는 일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SK텔레콤도 마찬가지. SK텔레콤은 올 초부터 카카오톡과 유료화나 차단이 아닌 메시지 분산 전송 등의 대안을 검토했을 뿐이다. 최근 대안으로 주목 받은 푸시 서버(AOM) 신설도 이런 논의 속에 나왔다. AOM은 카카오톡이 보낸 메시지를 임시 보관했다가 순차적으로 전송해 과도하게 몰리는 데이터를 분산시켜 준다.
협박전화까지 등장
이 와중에 카카오톡은 협박 전화까지 받았다. 박용후 카카오 이사는 최근 술 취한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카카오톡이 보안에 취약해 해킹당했다고 세상에 알리겠다"는 것이 협박 전화 내용이었다. 박 이사는 "모바일 메신저 소동에 편승한 사실무근의 협박 전화였다"며 "한동안 마음 고생이 너무 심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데이터 분쟁, 해법이 없다
비록 싸움의 실상은 어이없는 뜬소문이었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여전이 이통사들은 망에 부담을 많이 주는 각종 스마트폰 서비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그에 비해 뾰족한 답은 없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꺼내든 이통사들은 후회막심 일 수 밖에 없다.
반면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 업체들은 이통사들이 주장하는 망 부담에 동의하지 않는다. 카카오톡의 박 이사는 모바일 메신저가 이동통신망 이용량의 80%를 차지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디서 나온 수치인지 모르겠지만 쏟아져 나오는 소문에 일일이 대응하기 힘들다"며 부인했다.
이번 소동으로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무선인터넷 이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통사가 스마트폰 확대로 증가하는 망 부담을 해소하고, 이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지 못하면 유사한 소동이 되풀이 될 수 있다.
채희선 기자 hschae@hk.co.kr
■ 메신저, 이스라엘 청년들이 인터넷서 친구 찾으려다 첫 개발
1996년 6월, 미라빌리스라는 벤처 기업을 세운 야얼 골드핑거, 아릭 바르디, 세피 비시거, 암논 아미르 등 이스라엘 출신 젊은이들이 세상을 바꿀 인터넷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나섰을 때 이들을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들은 인터넷에 접속한 친구를 찾아 대화하려는 단순한 호기심을 기술로 만들고 싶었다. 이들이 그 해 10월, ICQ(I Seek You, 나는 당신을 찾는다)란 이름으로 선보인 최초의 즉석 메신저는 젊은 누리꾼들에게 폭발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실시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대표되는 사이버 세계의 네티즌 입맛을 제대로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학연과 지연, 혈연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인간관계 맺기를 선호하는 젊은 층들에게 메신저의 등장은 말 그대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격이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야후, 구글 등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들이 앞다퉈 메신저를 개발해 선보였고 메신저 이용자도 급격히 늘었다. 국내에서도 국민 여비서로 불리는 미스리를 포함해 포털 업체인 네이트에서 제공하는 네이트온과 삼성증권의 fn메신저 등이 속속 등장하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90년에 출발한 웹 사용자가 2억 명 이상으로 대중화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0년이었지만 메신저는 웹 절반 수준인 5년 만에 2억 명을 돌파했다.
메신저의 빠른 확산과 함께 인터넷에 사적ㆍ공적 네트워크가 형성됐고 소위 사회관계형서비스(SNS)도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메신저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많은 네티즌들이 이용한 덕분에 진실을 전달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통신 수단으로 종종 이용되지만, 때로는 거짓과 루머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얼굴 없는 폭력자로 악용되기도 한다.
메신저의 활동 영역은 고정형 무선인터넷(와이파이) 발달과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힘입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롱텀에볼루션(LTE) 등 와이파이보다 더 빠르고 많은 데이터를 실어나를 수 있는 이동통신 기술이 등장하면 메신저의 영향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 히잡, 링크… 그들만의 메신저
다양한 메신저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메신저마다 차별화된 기능 경쟁이 치열하다. 주소록이나 사회관계형서비스(SNS)와 결합한 메신저부터 특정 종교 이용자만 쓸 수 있는 메신저까지 가지각색이다.
KTH의 '유세이 주소록'은 이름과 달리 스마트폰용 메신저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이 메신저는 카카오톡처럼 스마트폰에 있는 주소록을 자동으로 정리해서 메신저로 연결해 준다. 특히 컴퓨터(PC)를 이용하는 사람과도 스마트폰으로 메신저 대화를 할 수 있는 점이 특징. KTH 관계자는 "앞으로 스마트폰이나 PC 한 쪽에서 주소를 추가하거나 변경하면 나머지도 자동으로 바뀌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들을 위해 개발한 메신저 '네이트온 UC'도 주소록의 통합관리 기능이 특징이다. 특히 미니홈피와 PC용 네이트온 메신저 연락처까지 한 군데서 관리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이란의 인형제조 업체 팜이 만든 '히잡 메신저'는 이슬람 교인들을 위한 메신저 서비스다. 이슬람교 여성들이 얼굴을 가릴 때 사용하는 히잡 착용을 장려하는 메시지를 담은 이 메신저는 이슬람 교인이라는 것이 확인돼야 이용할 수 있다.
텔친구커뮤니케이션이 만든 '토크나우'는 군에서 사용하는 메신저다. 합동참모본부가 이 업체에서 개발한 음성 및 영상회의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함께 사용하는 이 메신저는 인터넷을 통해 PC와 스마트폰을 연결해 주며, 이동 중 자료 전송 및 영상회의까지 할 수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개한 '링크'는 기업용 메신저다. 기업들이 회의나 업무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이 메신저는 인터넷을 이용한 회의 기능과 오피스 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즉, 메신저에서 문서 파일을 불러와 함께 수정을 하며 영상 대화 등을 나눌 수 있다.
특히 이 제품은 PC 뿐 아니라 스마트폰, 가정용 게임기인 엑스박스360에서도 작동해 여러 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다. 한국MS에서도 이 제품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 나라비전에서 개발한 기업용 메신저 '깨비 모바일 메신저'는 스마트폰으로 사내 조직도를 이용해 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며, 엡볼에서 개발한 메신저 엡볼톡은 사회관계형서비스(SNS) 기능이 들어 있어 지인의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공통으로 알고 있는 사람 목록을 만들어 메신저로 연결해준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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