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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이사회 "개혁은 계속" 원론적 발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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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이사회 "개혁은 계속" 원론적 발언만

입력
2011.04.1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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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교수의 잇따른 자살 사태 이후 15일 긴급 소집된 카이스트 이사회가 아무런 구체적인 결과도 내지 못한 채 현안 보고만 받고 끝났다. 서남표 총장의 거취 문제도 논의되지 않았다. 이사들은 "카이스트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사실상 서 총장을 재신임했다. 카이스트 이사회가 친(親) 서남표 성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학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이날 논의 결과에 교수와 학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총장 거취는 나중에…"

서남표 총장은 이날 오전 7시30분 이사회가 열린 서울 JW 메리어트호텔 3층 회의실에 검은 넥타이에 근조 리본을 가슴에 단 채 가장 먼저 도착했다. '사퇴할 의사가 있느냐', '학생들이 왜 자살했다고 보냐'는 질문에 침묵한 채 다른 이사들을 기다렸다. 이날 이사회에는 해외체류로 불참한 1명을 제외한 15명(화상회의 참가 1명)의 이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맨 먼저 고인들을 위해 약 20초간 묵념했다. 서 총장은 모두발언에서 "학생들의 꿈을 키워줘야 할 곳에서 학생을 4명이나 떠나 보냈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2시간40분 가량 진행된 회의 직후 오명 이사장은 "일단은 총장의 거취문제를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그 부분은 나중에 이야기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차기 이사회는 언제든지 열 수 있다고 밝혔다. 당장 총장 사퇴는 사태 수습책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학교측의 제도 개선안에 대한 토론도 알맹이가 없었다. 오 이사장은 "몇 가지 보고를 받았지만 제대로 정리된 것이 아니었다. 개혁 방법론에 있어서는 이사들이 저마다 좋은 말씀들을 주셨다. 40년 전 카이스트를 설치할 때 마음을 되살리자, 전인교육을 하자는 등의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원론적인 발언들만 오갔음을 확인한 것이다.

총학생회 상경 호소

이날 이사회장에는 곽영출 학부 총학생회장(물리학과 4학년)이 예고 없이 찾아와 회의 시작 전 "각종 개선대책이 학생 측과의 논의 없이 상정됐다"며 호소문을 낭독했다. 곽 회장은 "개선안이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학생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사회에 알리기 위해 급히 올라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요구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없이 이사회가 마무리되자 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곽 총학생회장은 "여론 수렴을 핑계로 학교 측이 시간만 끌어서는 안 된다. 내일까지 학생 의결권 보장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별도의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무거워진 혁신위 어깨

학생과 교수들은 대체로 "예상했지만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정회 전 교수협의회장(생명과학과 교수)은 "지난해에도 구성원들이 자구책을 마련해 보겠다는데도 서 총장을 연임시켰던 이사들이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고 나가라는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애초에 총장이 이사 대부분을 추천했는데 누가 나서서 해임을 거론하겠냐"며 "지금으로서는 교내에서 구성된 혁신위에서 획기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의사소통 구조 개혁을 약속 받아야 하고, 이조차 안되면 다시 교내에서 총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서 총장 퇴진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이사회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이사회를 앞두고 "서 총장을 비판하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에게 청와대 측이 일침을 놓았다"는 보도가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나왔다. 한 교수는 "이런 것을 일부 교수들은 서남표를 향한 외부의 측면지원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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