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주기 수사'라는 비판 여론을 우려했던 것일까. 검찰이 하필이면 주말을 앞둔 금요일인 15일 오후에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정치적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검찰의 수사 결론이 최종 확정된 것은 늦어도 지난 13일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차원에서는 이미 지난주에 처리 방향을 결정했으나, 중요 사건인 만큼 검찰총장 보고를 거쳐야 했다.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은 13일 오전 10시30분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주례보고를 했다. 때문에 이 사건 수사결과는 빠르면 13일 오후, 늦어도 14일에는 발표될 것이라는 게 당초 검찰 안팎의 중론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결정문 작성과 관련해 검토할 게 좀 남아 있다"며 결과 발표를 미뤘다. 민감한 사건의 수사결과를 금요일에 발표하면 주말 신문의 가독성이 평일보다 떨어지는 현실에서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검찰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금요일 오전도 아닌 오후 2시30분에 수사결과를 내놓았다. 더구나 지대한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사건인데도 짤막한 보도자료조차 배포하지 않고,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구두로만 설명했다. 발표장소도 기자회견장이 아니라 윤 차장검사의 사무실이었고, 사진 및 방송카메라 촬영도 허용되지 않았다.
정치적 부담이 될 만한 사건과 관련된 검찰의 이 같은 일 처리는 처음이 아니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효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결과는 추석 연휴 전날, 그것도 일과시간 이후에 짤막한 문자메시지로 발표됐다. 지난해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 발표 때도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주류업체인 D사의 면허 재발급 관련 의혹 부분에서도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2007년 6월 무면허 업자와의 거래로 주류 면허가 취소된 이 회사는 8개월 만에 면허를 재교부받았는데, 검찰은 이 과정에서 한 전 청장 등에게 거액이 건네졌고, 이 돈이 정권 실세에 전달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도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일각에선 "정치권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을 우려한 윗선이 제동을 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수사 단서가 없다는 게 검찰 입장이지만, 내사종결 또는 무혐의 처분인지 아니면 내사 중인지를 묻는 질문에 윤 차장검사는 "스크린하는 단계이며, 구체적 단서나 증거가 나오면 수사할 것"이라는 어정쩡한 답변을 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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