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압수수색박찬구 회장 일가 정조준… 금호 수사說 현실로그룹 재계 8위 과정 정^관계 로비의혹 드러날 수도
지난해 한화그룹, 태광그룹에 이어 검찰이 이번에는 금호석유화학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최근 국세청의 삼성그룹 계열사 2곳 세무조사로 재계가 긴장하고 있는 와중에 검찰이 금호석유화학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섬에 따라 "정부가 대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2009년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해임됐다가 이듬해 3월 경영 일선으로 돌아온 박찬구 회장이 복귀 1년 만에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지난 6일 그룹 계열사 분리 신청과 함께 홀로서기에 나선 금호석유화학으로서는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됐다.
검찰에 포착된 금호석유화학의 비자금 규모는 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들과 이중 삼중의 복잡한 거래를 통해 납품을 가장하거나, 비용을 부풀린 뒤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 등 대기업의 전형적인 비자금 조성 수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은 이들 협력업체가 금호석유화학 오너 일가의 차명 회사일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미 금호석유화학에 대해 2개월가량 내사를 벌여왔으며, 최근 계좌추적을 위해 대검 회계분석팀 요원까지 서울남부지검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는 앞으로 그룹 비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박찬구 회장이 그룹의 '형제경영' 전통을 깨고 자신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을 꾸준히 늘리다 2009년 해임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친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의 지분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비자금이 정ㆍ관계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등으로 몸집을 불려 재계 8위까지 도약했다. 이 정도 규모의 인수합병을 성사시키려면 정ㆍ관계 로비가 있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비자금의 출구를 따라가다 보면 2009년 유동성 위기와 함께 일부 계열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어려움을 겪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구명 로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무튼 호남지역을 연고로 하는 기업이라는 사실 때문에 현 정부 들어 끊이지 않았던 '금호 수사설(說)'은 결국 현실이 됐다. 2009년 11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대한통운 수사 당시에도 최종 타깃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일 것이라는 관측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됐는데, 실제 검찰 수사는 한명숙 전 총리의 5만달러 수수 의혹으로 향하는 데 그쳤다.
물론 이번 수사는 현재로서는 외관상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를 겨냥한다기보다는 일단 금호석유화학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이 그룹 오너 일가인 박 회장을 정조준한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섣불리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검찰 수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공교롭게도 압수수색을 당한 12일은 세계합성고무생산자협회(IISRP) 회장인 박 회장이 서울에서 협회 총회를 열고 있던 날이다. 행사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박 회장은 검찰 수사와 관련한 질문에 "별다른 게 없다. 검찰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고 짧게 언급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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