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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연의 메카에서 음식점 냄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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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연의 메카에서 음식점 냄새라니…

입력
2011.04.1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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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이탈한 국·공립공연장] 세종문화회관, 개천절 행사부터 호프집까지 지향점 잃어

서울 시민 10명 가운데 평균 8명(81.3%)은 세종문화회관 내 대형음식점의 냄새가 공연 관람과 미술품 전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또 절반 이상(53.6%)은 회관이 수익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데 공감한다. 서울시의회 김미경 의원이 공공정책컨설팅전문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1, 2일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화 조사 결과다.

하지만 시는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한 CJ푸드빌 대표 출신 박동호씨를 임명하고 요식업에 본격 진출하며 이런 시민들의 요구와 반대로 달려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세종문화회관이 앞으로 더 확충해야 할 시설은 편의시설(23%)보다 공연ㆍ전시시설(71.6%)이라는 응답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1월 마무리된 지하주차장(4,368㎡) 재개발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가 광화문광장 재개발 과정에서 '아띠'란 이름으로 리모델링한 이 공간에는 한식당과 중식당이 들어서는가 하면 푸드코트에서 맥주를 판매하고 직장인 대상 호프데이를 하기도 했다. 아띠와 연결된 지하 1층 공간에는 세종미술관(495㎡)을 조성했다.

김 의원은 "화기를 다루는 음식점 옆에 미술관을 만든 것도 몰상식하지만 더 문제는 술 냄새, 음식 냄새 풍기는 꽉 막힌 지하공간을 지나 공연장으로 가게 만들어 놓은 동선"이라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다. 회관은 2009년부터 삼청각(4,399㎡)을 운영하며 지난해 74억여원의 예산을 쓰고 74억여원을 지출해 이전의 적자 구조를 개선했지만 전통 공연의 질이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2009년 강북구 번동 북서울꿈의숲(90만㎡)에 중식당, 이태리식당, 4개의 카페, 편의점 등을 조성해 식ㆍ음료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회관 내에는 이미 뷔페식당인 벨라지오와 예식홀이 있다.

1978년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개관한 세종문화회관은 한국 공연의 메카로 모든 시민의 기억 속에 살아 있다. 하지만 2005년 코오롱 부회장 출신 김주성 사장을 시작으로 연이어 경영인 출신 사장이 부임하면서 재정자립도 상승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제외하면 산하예술단체에도 별다른 히트작이 없는 데다 대관에도 실패하며 매년 수입이 줄고 있다. 한 예로 2월 막을 올린 뮤지컬 '미션'은 사상 초유의 리콜 사태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이 작품의 대관을 허락했다 공연이 취소돼 대극장을 50여일 동안 거의 비워뒀다.

예술생산 능력도 극장의 장소성과 연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서울시무용단 서울시합창단을 비롯한 9개 산하예술단체는 총 175건의 공연을 했지만 회관에서 공연한 경우는 39건으로 22%에 그쳤다. 시가 이들을 찾아가는공연 등에 동원한 탓이다.

여기에 국가 행사까지 겹쳐 도대체 지향점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회관에서 매년 3.1절 개천절 기념식 등을 하고 있으며 산하단체인 서울시향은 지휘자 정명훈씨가 음향시설을 문제 삼아 공연을 대부분 예술의전당에서 하고 있다.

정씨의 요구에 따라 회관은 대극장 음향개선공사에 올해 106억8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인데 회관은 이미 2003년 음향개선공사를 비롯한 대극장 리모델링에 289억원을 투입했다. 또 올해 12월 완공되는 예술동(5,662㎡) 6개 층 가운데 3개 층을 시향에 내줄 계획이어서 변변한 연습실이 없는 산하 예술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 공연전문가는 "회관의 뛰어난 입지 조건과 명성을 되살리려면 하드웨어가 아니라 창의성이 떨어지는 조직 등 소프트웨어부터 재건해야 한다"며 "예술 생산의 중심이 될 것인지, 유통의 중심이 될 것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비전을 명확히 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관 관계자는 "아띠는 이전의 지하주차장 시설이 너무 낡아 불쾌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은 데서 비롯된 것이며 공간 내 푸드코트는 3월 19일 리모델링에 들어가 현재는 술을 팔지 않고 대극장 음향공사는 시의회에 예산을 요청했지만 아직 미정"이라며 "산하단체 공연을 일수로 따지면 회관에서 공연한 비율이 더 높을 뿐 아니라 공연장 경쟁이 심화하는 속에서도 산하단체 중심의 창작을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에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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