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 총장 국회 출석… 與野 경쟁위주 학사정책 질타"지금까지 잘해왔지만… 고칠 것은 고치겠다" 소신徐 "사랑하는 학생들 보내면서 깊은 슬픔" 눈시울
"사랑하는 4명의 학생을 보내면서 깊은 슬픔과 함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10초 간 침묵)."
1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은 현안보고를 하던 중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이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서 총장은 그러나 여야 의원들의 질의 순서에서 과도한 경쟁 중심의 카이스트 학사 운영을 질타하는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부분적인 문제가 있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2006년 취임 이후 지금까지의 결과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면 잘했습니까, 못했습니까, 중간입니까."(민주당 김춘진 의원) "저희들은 잘했다고 봅니다."(서 총장)
"그럼 계속 가시겠습니까."(김 의원) "잘했지만 고칠 것은 고치고…."(서 총장)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러나겠습니까?"(김 의원) "여러가지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서 총장)
"아, 사퇴도 고려하고 있다?"(김 의원) "그건 아닙니다."(서 총장)
여야 교과위원들은 이날 한 목소리로 서 총장을 몰아붙였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학점별로 수업료를 차등 부여하는 것은 외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비인간적 제도"라며 "학생이 징벌금을 면하려고 교수를 찾아가 식사를 사 드리고 눈물로 선처를 호소하는 현실을 들어봤느냐"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은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카이스트 학생이 16명 자살했는데 이 가운데 2006년 서 총장이 개혁안을 추진한 이후에 9명이 자살했다"며 "서남표식 개혁과 학생 자살은 분명히 연관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카이스트에서 운영하고 있는 상담센터 외벽에 붙은 전화번호마저 결번이더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영아 의원도 "징벌적 등록금제와 무리한 영어교육뿐 아니라 구성원과의 소통 부재가 문제"라며 "이에 대한 반성 없이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학부 한 학년 정원이 취임 후 750명에서 1,000명으로 늘었는데 '등록금 받아서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았느냐"며 카이스트의 양적 팽창 문제를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불은 서 총장 사퇴 촉구로 금세 옮겨 붙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총장이 일련의 사태를 책임지고 용퇴해 카이스트의 제2기를 출발시키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며 "이미 명예로운 퇴진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상희 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 총장이 (사퇴하고) 나타나지 않기를 기대했다"며 "총장은 지금 경쟁만을 강조하는 서남표식 개혁을 개혁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도 "정책이 옳았다 해도 지금은 사퇴하는 게 옳다. 할 말이 있어도 나와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 총장은 징벌적 등록금제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게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성적을 주라는 지침은 없다"고 해명했다. 100% 영어수업에 대해서도 "모든 과목을 영어로 하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