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결석에 '괘씸죄'… 긴급 현안질문발언대에 90분 세워두고 질타·고함 '뭇매'崔 "유가 130弗 넘으면 유류세 인하 검토"
저돌적인 업무 스타일 탓에 '최틀러'로 불리는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이 12일 국회에서 단단히 혼쭐이 났다. 여야가 본회의장에서 최 장관만을 상대로 한 '군기 잡기' 성격의 긴급 현안질문을 가진 것이다.
최 장관은 지난 8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당시 국회의 승인도 없이 불참하고 해외출장을 가는 등 잦은 국회 결석으로 여야의 공분을 샀다. 국회가 장관 한 명을 상대로만 긴급현안질문을 벌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최 장관은 이날 2시간30여분 동안 대부분 선 채로 여야 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은 "국회를 경시하는 것은 국민을 경시하는 것"이라며 "장관이 국회를 경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정부나 청와대 내에서 국회를 무시하는 관료를 소신 있다고 칭찬하는 분위기가 있느냐"고 질책한 뒤 "최틀러로 불리는 걸 즐기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최 장관은 "아랍에미리트에서 우리가 주도한 클린에너지 회의가 있어서 제가 갈 수밖에 없었다"며 "국회를 경시한 적이 없으며 성찰의 기회로 삼아 앞으로 성의를 갖고 대정부질문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질문 시작 후 90여분 동안 발언대에 계속 서 있어야 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네 번째 질의자인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질의 후 "장관, 들어가시죠"라고 하고서야 텅텅 빈 국무위원석에 잠시 앉을 수 있었다. 최 장관은 사과를 하면서도 몇몇 대목에선 '뻣뻣함'을 보이기도 했다.
노영민 의원이 "국회 회기 중 장관이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건 민주주의가 정착 안 됐기 때문"이라고 하자 최 장관은 "본회의 출석과 민주주의는 그렇게 관계가 깊지 않다"고 받아쳤다. 이에 의원석에선 "2월에 나갈 때도 아무 말 안하고 나갔잖아" 등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최 장관은 줄곧 '우리나라'를 '저희나라'로 부르는 바람에 정의화 국회부의장으로부터 시정 지시를 받기도 했다.
한편 최 장관은 SK를 제외한 정유3사의 기름값 인하와 관련, "이번 주말이나 내주 초 (이미 높은 가격으로 받은 재고가 소진되면) 가격 할인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선 "취지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일일이 기업 영역에 관여해 계획경제로 들어가는 거라서 따져볼 게 많다"고 답변했다.
최 장관은 유류세 인하 문제에 대해 "정부의 액션플랜에 따르면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으면 유류세 인하에 대해 검토를 하게 돼 있다"며 "향후 유류가격 변동 추이를 보면서 적당한 시점에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상표를 사용하지 않는 '무폴 주유소'에 대해 "(독과점 폐해를 줄이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몇몇 부작용이 있는데,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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