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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린 비행 전 부인에게 남긴 유서 공개/ "딸들을 인생의 굴곡 무서워하지 않게 키워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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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린 비행 전 부인에게 남긴 유서 공개/ "딸들을 인생의 굴곡 무서워하지 않게 키워달라"

입력
2011.04.1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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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말라. 딸들을 잘 지키고 사랑해달라."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유리 가가린과 관련된 각종 문서가 비밀 해제되고 있는 가운데 가가린이 비행 전 부인인 발렌티나에게 남긴 유서가 일반에 공개됐다.

현지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가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가가린은 우주비행을 떠나는 복잡한 심정과 부인과 어린 두 딸에 대한 애정, 자신이 숨질 경우에 대비한 당부 등을 절절하게 적어 두었다.

가기린은 유서 서두에서 "오늘 정부 위원회가 나를 우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우주로의 첫 번째 길 개척이란 국가적 과제를 맡겼다. 이보다 더 큰 일을 꿈꿀 순 없을 것"이라고 기쁨을 표현했다.

그는 "하루 뒤면 (우주로) 출발해야 하며 그전에 당신과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고 안타까워하며 "그렇지만 나는 항상 당신과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낀다"고 애정을 표시했다.

가가린은 이어 "나는 기계를 전적으로 믿으며 그것이 나를 궁지로 몰아넣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평지에서도 넘어져 목이 부러지기도 하는 만큼 내게도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사고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만일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너무 슬픔에 빠지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인생은 인생이며 누구도 내일 자동차에 치어 죽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염두에 두고 "딸들을 잘 지키고 사랑해달라. 애들을 나약한 '마마걸'로 키우지 말고 인생의 굴곡을 무서워하지 않는 진정한 인간으로 키워달라"고 부탁했다. 아내에 대해서도 "양심이 시키는 대로, 필요하다고 여기는 대로 삶을 꾸려 나가라"면서 "당신에게 어떤 책임도 지우지 않으며 그럴 권리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편지를 당신이 끝내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시하면서 "(나중에) 나도 (이 편지를 보면) 일시적인 나약함에 스스로 부끄러워질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이처럼 애절한 유서를 남겼던 가가린은 다행히 108분간의 우주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구로 돌아왔으나 7년 뒤 훈련 비행 도중 전투기 추락 사고로 죽음을 맞았다. 부인 발렌티나는 가가린이 썼던 유서를 그가 사망하고 나서 읽게 됐다고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는 전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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