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이지 말라.”
11일(현지시간) 부인 시몬과 함께 전격 체포된 로랑 그바그보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이 체포되는 순간 내지른 첫 마디는 이것이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알라산 와타라 당선자 측의 군인들은 이날 오전 3시 프랑스군의 지원을 받으며 수도 아비장에 있는 그바그보 관저의 지하 벙커를 급습했다. 벙커에 최루가스를 뿌리며 들어선 군인과 맞닥뜨린 그바그보는 그 동안 완강했던 태도와는 달리 기력 없는 허깨비 같은 모습이었다. 수색작전에 참여한 한 군인은 “한 군인이 그바그보의 뺨을 손바닥으로 때려도 ‘총을 쏘지 말라’고 애원했다”고 전했다.
일부 군인들이 그바그보를 현장에서 쏴 버리려 하자 지휘관은 그에게 방탄조끼를 입혀 와타라 당선자의 본부인 아비장 골프 호텔로 이송했다. 코트디부아르 TV는 그바그보가 상반신에 흰색 속옷을 걸친 채 한 끌려가는 모습을 방영, 추종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와타라 당선자는 그바그보에 대한 사법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이미 그바그보에 대해 전쟁범죄와 반인륜 범죄 혐의로 예비조사에 착수한 상태라 조만간 기소될 전망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와타라 측도 내전 중 잔학행위를 저질렀고 그바그보 지지층이 두터워 그에 대한 기소로 되레 내전이 재발할 수도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국제사회는 코트디부아르 내전 종결을 환영하면서 보복을 자제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코트디부아르에 안정과 법질서가 회복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촉구했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전세계 독재자와 폭군에게 주는 강력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와타라 당선자의 그바그보 세력에 대한 무차별적 보복 행위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바그보가 체포된 다음날인 12일에도 아비장에서는 그바그보 충성파 군부와 와타라 부대 간 교전이 이어졌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코트디부아르 내분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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