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과 삼성물산은 최근 리모델링을 추진중인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사업설명회를 열면서 세대 분리형 평면의 적용을 제안했다. 이들 회사가 내놓은 평면은 별도 주방과 화장실, 출입문 등을 갖춘 독립공간을 배치해 집 한 채를 두 채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꾸민 것. 회사측은 세대 분리형 평면을 도입하면 결혼한 자녀와 함께 세대를 구분해 살 수도 있고, 분리된 공간을 임대를 줄 수도 있어 적잖은 임대수입이나 노후 대비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부각시켰다.
'한지붕 두가족'으로도 불리는 세대 분리형 아파트가 최근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아파트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때는 1997년. 대한주택공사가 시범 사업으로 부분 임대 아파트를 도입했지만 수요가 많지 않아 당시에는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세대 분리형 아파트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중대형 아파트가 시장에서 외면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벽산건설은 2009년 11월 부산에서 분양한 '벽산블루밍 장전 디자인시티'에 중대형 아파트로는 처음으로 세대 분리형을 선보였다. 미분양 우려가 높은 중대형 아파트의 마케팅 차원에서다. 독립공간을 전세로 주면서 내 집 마련에 따른 목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2세대 분리형 설계가 나온 뒤로 부분 임대형 구조는 분양시장에서 조금씩 새로운 평면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경기 광명시 광명6동에서 광명 해모로 이연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141㎡ 총 159가구 중 약 30%인 46가구를 2세대가 독립해서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84㎡ 정도의 큰 공간과 59㎡ 정도의 작은 공간을 중문으로 분리해 2가구가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동부건설도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분양 중인 흑석뉴타운 센트레빌2차에 세대 분리형 설계가 적용된 34가구를 포함시켰는데, 순위내 청약에서 모두 팔리면서 인기를 실감했다.
부분 임대형 평면을 앞세워 중대형 리모델링 시장 공략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아파트 리모델링은 주로 낡은 중소형 면적의 아파트 단지에서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실내 면적을 넓히려는 집주인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대를 분리할 수 있는 부분 임대형 평면은 일부 공간을 임대로 놓을 수도 있어, 중대형 아파트 리모델링을 수주하는데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쌍용건설은 아파트 면적을 늘리면서 동시에 2가구가 살 수 있도록 한 2가구 분리형 평면 구조 개발을 완료하고 이를 실제 적용할 단지를 물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형 아파트는 중소형과 달리 면적 확대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중대형 리모델링 시장은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사들이 세대 분리형 또는 부분 임대형 설계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앞으로는 중대형 아파트 단지에서도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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