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힘겹게 사는 것은 다 알지만,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보살핌을 받기는커녕 5명 중 1명이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통계는 기가 막힌다.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전국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19.2%가 학대를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과거 국가인권위원회가 익명으로 전화조사를 했을 땐 37.8%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의 국회 자료에 의하면 2009년 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상담건수는 4만6,855건으로 2007년에 비해 70%나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노인 학대는 자살과 연관성이 깊은데, 2009년 한 해 동안 학대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삶을 포기한 노인(61세 이상)이 192명이었고 다른 연령층에 비해 그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7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8배 가량 높다.
드러나지 않은 학대가 얼마나 많을지 짐작케 하는 조사도 있다. 보사연 조사(2010년)에 의하면 노인복지법에 금지된 학대를 경험한 노인(5.1%) 가운데 65.7%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 했으며, 2.5%만이 전문기관이나 경찰을 통해 사회적 도움을 요청했다. 학대를 가정사로 여기거나 남에게 알리기 싫은 수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인 학대를 사회문제로 인식해 예방과 처벌을 위한 법률규정을 확대해야 한다. 신체적ㆍ경제적ㆍ성적 학대와 유기 및 방임을 학대로 규정한 노인복지법에 정신적 학대를 추가하고 경제적 학대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구박이나 폭언 등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자녀의 부당한 재산처분 등으로 절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회문제로 공론화해 별도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일부 지자체가 쉼터 등을 운영하고 있으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여전히 전문보호기관이나 수사기관 쪽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 스스로 숨긴다고 사회가 모른 척해선 안 된다. 노인학대 대책은 청소년이나 어린이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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