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도 매파와 비둘기파로 뚜렷이 갈라지고 있다. 빠른 실물경기 회복 속에 Fed내 '매파'인사들의 금리인상 주장이 잇따르고, 시장에서도 출구전략 조기 실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그러자 Fed 지도부가 '출구전략은 시기상조'임을 강조하며 시장의 금리인상기대를 서둘러 진정시키고 나섰다.
12일 외신에 따르면 이번 주말 발표될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2.1%)보다 급등한 2.6%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만큼 시장에선 긴축선회를 점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됐다.
이에 Fed지도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재닛 옐런 Fed부의장은 1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가진 연설에서 상품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은 "국제적 수요 공급이 일치하지 않은 데 따른 일시적인 것"이라면서 "소비자물가나 경제회복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통화정책방향 전환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는 앞으로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하락할 것"이라면서 "휘발유 가격 상승은 곧 멈추고 식품 가격 상승세도 앞으로 몇 달 동안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Fed 지도부의 일원인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준) 총재 역시 "만약 인플레 기대감이 급격히 커진다면 Fed가 대응해야 할 것이지만 아직은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옐런 부의장의 발언은 최근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준 의장을 포함해 3명의 '매파' 인사들이 잇따라 인플레를 경고하면서 긴축 기조로 복귀할 때임을 부각시키자, 이 같은 의견은 '소수의견'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프리 레커 리치몬드 연준 총재는 지난 7일 "미국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연내 Fed가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도 이달 초 "Fed가 올해 안에 금리를 최고 0.75%까지 인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와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 역시 최근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편 긴축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면서 경제학자들 예상하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이 56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 가량인 25명이 내년 1분기 금리 인상을 예상했고, 특히 3분의 1 정도인 19명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쳤다.
내년 말이나 내후년에나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에서 경기회복과 인플레 등에 따라 시기가 앞당겨진 것.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11일 올해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그렇게 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 2008년 12월부터 0~0.25%(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Fed의 금리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는 오는 26-27일 소집된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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