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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왜 금융소비자운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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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왜 금융소비자운동인가

입력
2011.04.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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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펀드를 팔면서 펀드구좌로 투입되기 전 발생한 이자를 고객에게 주지 않고 은행 수입으로 잡은 사례가 드러났다. 10년 이상 관행처럼 금융소비자의 권리가 침해되었는데 감독 당국이나 어떤 소비자도 알지 못했다.

금융은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알아서 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실제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른 어떤 상품보다 크지만 정책 결정이나 상품개발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늘 소외되고 있다. 그 결과 시장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금융상품이 공급되는 게 아니라, 업계 의 이해관계나 감독당국의 판단이 상품 공급에 더 큰 영향을 미쳐왔다.

소비자로서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웠고, 펀드예탁금 이자처럼 권리가 침해된 것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 자신의 신용등급, 대출이나 예금 이자율의 변동, 수수료 등을 잘 알지 못하면서 감독당국이나 업계에서 정한 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만큼 금융 소비자의 권리가 사각지대에 있다. 이러한 권리가 존중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금융소비자운동이다.

금융소비자 운동이 필요한 첫째 이유는 금융산업의 중요성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금융 서비스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대란,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이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피부로 느끼게 했다. 우리 가계의 금융자산 규모는 2009년 말 기준으로 2,000조원에 이른다. 가계 금융자산을 어떻게 잘 운용하느냐는 국가경제의 성공을 좌우한다.

둘째, 금융은 민원이 많고 복잡하며 전문적이다. 2010년 금융감독원에 제기된 소비자 민원은 7만2,000건이나 된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아주 중요한 문제이지만 경쟁 제한이나 상품 규제를 통해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결국 모든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게 된다. 금융 민원은 복잡하고 전문적이기 때문에 금융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셋째,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 능력을 키워야 한다. 금융상품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소비자의 깊은 이해가 요구된다. 따라서 금융사가 소비자에게 상품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시킬 책임을 지게 할 필요가 있다. 금융사만 모든 정보를 갖고 소비자는 잘 알지 못하면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불공정한 게임이다.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갖고 비교 선택할 수 있어야 좋은 금융상품이 잘 팔리고 결국 경쟁력 있는 금융사가 이길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금융소비자운동은 이렇듯 소비자의 선택 능력을 높여 경쟁시장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려는 것이다.

넷째, 금융정책에 소비자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 금융정책 결정과정을 보면 기술적인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은 소외되어 왔다. 간혹 소비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고가 발생한 뒤 규제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뒷북을 치는 일이 허다했다. 더구나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가 관료적 규제를 강화하는 구실이 되어 소비자의 선택권을 더욱 제한하는 일도 흔하다. 따라서 전문성을 지닌 소비자단체가 나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를 정책 수립과 상품 개발에 적극 반영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5일 출범한 금융소비자연맹은 이런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지난 10년 넘게 보험소비자연맹이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보험뿐 아니라 은행 증권 카드 캐피탈 등 금융 전분야에서 금융소비자의 주권을 실현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성구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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