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을 맡기고 매달 연금처럼 돈을 지급 받는 '월지급형 펀드'가 은퇴 생활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은행 예금이자처럼 매월 돈이 나오는 점이 매력적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어서다. 다만 원금손실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 포트폴리오 구성보다는 혼합형 등 안정적인 운용방식을 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월 지급형 펀드로 뭉칫돈 유입
월 지급형 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투자한 다음 달부터 바로 투자원금이나 수익의 일정 부분을 꼬박꼬박 돌려받는다는 점. 마땅한 수익원이 없는 은퇴자의 경우 투자한 펀드에서 월급을 받는 방식이어서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선 2000년 초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4년 전에 첫 출시됐으나, 곧이어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펀드시장 전반이 무너지면서 아직은 생소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베이비붐 세대(1955~64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업계에 따르면 2009년에는 이 펀드 순유입액이 244억원에 머물렀으나 2010년 694억원으로 늘어난데 이어, 올들어서는 불과 3개월여만에 1,300억원(11일 기준)이 넘는 돈이 들어왔다.
대우증권 김희주 상품개발부 이사는 "기존의 은퇴자를 위한 금융상품이나 예금은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약점이었으나, 월지급형 펀드는 주식, 채권 등 다양한 자산을 조합해 '중위험-중수익'을 낼 수 있어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연금저축이나 종신보험과 달리 나이 제한 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분배금에 대해 환매 수수료가 면제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상품 종류 및 유의점
월 지급형 펀드는 ▦부분환매방식 ▦월배당방식 ▦월결산방식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출시된 펀드 상품 대부분이 채택한 부분환매방식은 매월 투자원금의 0.5~0.7% 가량을 매월 지급하는 경우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50만~70만원을 받는 셈이다. 매월 꽤 큰 돈을 받는 게 장점이지만, 수익률이 저조하면 연말에 투자원금을 보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예컨대 원금의 0.5%를 매월 받는 조건으로 1억원을 맡겼을 경우 연간 수익률이 6% 이하면 1년 뒤에는 투자원금이 1억원을 밑돌게 되는 셈이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 '월 배당방식'이다. 원금은 보전하고 최대한 수익금에서만 배당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10%의 수익이 난 경우에만 이익금을 분배하는 한국운용의 '한국투자압축포트폴리오분배형자1'가 대표적 상품이다. 따라서 매월 받는 액수가 부분환매방식보다 당연히 적고, 수익이 나지 않은 달에는 아예 분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월결산방식을 채택한 펀드는 아이투신운용의 '아이러브평생직장채권펀드'가 유일하다. 이 펀드는 국공채,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하고 콜금리보다 1%포인트 가량 높은 이자를 매월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한편 어떤 지급 방식을 선택하든 월지급형 펀드는 노후를 대비한 자산이므로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관계자는 "원금이 보존되지 않는 투자상품이므로 주식 위주의 공격적인 포트폴리오 보다는 채권형이나 채권혼합형 등 안정형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주가가 높아져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투자시점은 주가 조정이 나타난 뒤로 미루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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