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가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기도 하고 감기를 악화시키기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장용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은 12일 국제학술지 ‘흡입 독성학(Inhalation Toxicology)’ 최신호에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황사가 몸에 해롭다고는 추정됐지만, 감기를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의학적으로 증명한 것은 처음이다.
장 교수팀은 사람 코의 점막에서 떼낸 상피세포를 배양해 황사에 노출하지 않은 대조군 세포, 황사에 노출한 세포, 감기바이러스에 노출한 세포, 감기바이러스 감염 후 황사에 노출한 세포 등으로 나눠 감기와 관련된 염증 매개 물질(IL-6, IL-8 등)의 분비량을 측정했다.
염증 매개 물질은 바이러스의 공격을 막아내는 물질로, 감기에 걸렸을 때 방어기능을 높이기 위해 자신과 같은 염증 매개 물질을 많이 복제하고 분비량도 늘린다는 원리를 연구팀은 이용했다. 복제율과 분비량이 올라갔다는 것은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뜻이며, 수치가 높을수록 증상이 더 심하다.
연구 결과 아무것에도 감염되지 않은 세포의 염증 매개 물질 복제율을 100%로 봤을 때, 황사에만 노출된 세포는 140~175%, 감기바이러스에만 노출된 경우는 123~164%였다.
감기바이러스 감염 후 황사에 노출한 경우에는 151~337%로 수치가 급상승해 아무것에도 노출되지 않은 상피세포보다 2~3배 정도 많은 염증 매개 물질을 복제했다. 특히 황사와 감기바이러스에 모두 노출된 경우에는 감기바이러스에만 노출된 경우보다 감기바이러스가 27.5배 증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황사 위험성이 확인된 만큼 감기 환자라면 심한 황사 때는 외출을 삼가거나 귀가 후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고 식염수로 코, 목을 세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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