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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카이스트/ 휴강 이틀째 캠퍼스 곳곳서 사제간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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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카이스트/ 휴강 이틀째 캠퍼스 곳곳서 사제간 대화

입력
2011.04.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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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는 12일 이틀째 모든 수업을 휴강하고 교수와 학생간 대화를 계속했다.

대학본부는 주요 보직교수들이 국회 교육과학위원회에 출석한 서남표 총장을 수행해 자리를 비웠고, 학부 총학생회는 13일로 예정된 비상학생총회가 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504명의 인원이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간부들이 교내를 돌며 참석을 독려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전날 간담회를 갖지 못한 일부 학과는 야외 잔디밭이나 강의실에서 사제간 대화를 가졌다. 수리과학과의 경우 강의실에서 과일과 김밥을 먹으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다양한 얘기를 주고 받았다.

학생들은 학과 행사 참여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과 소그룹 활동지원, 전공과목 팀프로젝트 조직 등을 제안하고 영어강의와 엄격한 재수강제도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동엽 교수는 “학생들이 학과에 더 소속감과 애착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학부생들끼리 친하게 지내고 그룹스터디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교수들도 적극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교내 창의관 로비에는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5명의 학생과 교수들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설치되어 학생들이 흰 국화송이를 바치며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학생회관 앞에서는 학생들이 비상학생총회에 추가할 안건으로 ▦서 총장 사퇴 ▦차기 총장 선출 시 학생 투표권 보장 등의 요구사항을 내걸고 서명을 받았다. 건설ㆍ환경공학과 박소현씨는 “총학생회가 제시하는 안이 충분치 못하다는 생각에서 뜻을 같이하는 학우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서명에 나섰다”고 말했다.

대학원 총학생회도 성명서를 내고 연차초과자 제도와 기성회비 부과 등 서 총장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대학원도 13일 오후 9시 비상학생전체총회를 열고 자신들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책을 토의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온라인에는 학생들을 위로하는 교수의 글이 잇따랐다. 윤리학과 분석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미국인 제프리 화이트(42) 초빙교수는 학생들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잘못된 교육구조나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로 삶이 가치 없는 것으로 보이고 자아가 혼란스러워질 때도 있다”며“그런 문제는 철학자들도 고민해온 문제로 함께 고민하면서 풀어가자”고 밝혔다. 테크노경영대학원 이재규 교수도 ‘사랑하는 제자들아’라는 시를 통해 제자사랑의 마음을 담아 전 학생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의 감사에서 연구비 유용과 관련해 지적을 받고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모(54) 교수의 장례식이 이날 치러졌다. 오전 5시30분 장례식장을 떠난 운구는 오전 6시 고인이 근무하던 건물에서 노제를 지낸 뒤 장지인 분당으로 떠났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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