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세금으로 거둔 곡식을 뱃길로 운반하던 조운선(漕運船)이 복원된다.
전남 목포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11일 현지에서 배짓기 고사를 올리고 복원에 착수했다. 배는 연구소 앞 해변광장에서 만드는데 누구나 와서 볼 수 있다. 6월 말까지 완성해서 7월 19일 진수식을 할 예정이다.
조운선 복원은 처음이다. 1797년께 나온 선박 도해서인 에 실린 도면과 여러 고문헌 기록을 바탕으로 복원한다. 조운선은 화폐경제가 발달한 18세기 말 이후 사라졌고 발굴된 유물도 없어서 문헌 말고는 복원 자료가 없다.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고 3D 입체 모델링, 조선공학적 역학 구조 분석도 함께해 원형을 살린다. 충남 부여시의 백마강 황포돛배를 제작한 업체가 만들고, 전통선박을 만드는 장인들이 참여한다.
복원선 규모는 길이 24m, 너비 7.5m, 높이 3.3m로, 세곡을 싣고도 16~20명이 탈 수 있는 배다. 내부는 곡식을 싣는 공간과 선원 생활 공간으로 나뉘며 2개의 돛, 닻을 감아 올리는 호롱, 방향 조정 키를 갖추고 있다.
화물선인 조운선은 어선이나 군선보다 배 높이가 높고 중심부 폭이 넓다. 또 무거운 짐을 싣고도 배가 잘 나가도록 양 끝 부분인 고물과 이물 쪽이 좁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복원한 조운선을 전통 항해술 연구와 뱃길 탐사에 활용하고 일반인을 위한 승선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연구소는 그동안 조선 후기 강화도의 조기잡이 중선망 어선, 충남 태안군의 대섬 앞 바다에서 건진 고려청자 운반선, 전남 강진군의 옹기 운반선을 복원해 연구와 탐사 등에 활용해 왔다.
세곡을 배로 운반하는 조운 제도는 고려 때 정비됐다. 가을에 거둔 세곡은 전국 10여곳의 조창에 보관했다가 여름 장마와 태풍을 피해 이듬해 음력 2월부터 5월 안에 중앙으로 운송했다. 조창은 대부분 남해안과 서해안을 따라 있었다. 내륙에도 충북 충주시의 덕흥창, 강원 춘천시의 소양창 등 한강 뱃길을 이용하는 조창이 있었다.
한편 전남 나주시도 2004년 영산강 바닥에서 발견된 고려 시대 선박을 엔진을 단 유람선으로 변형 복원 중이다. 지난해부터 만들기 시작해 이달 말이나 내달 중 완성을 앞두고 있다.
나주선으로 알려진 이 배는 국내에서 발굴된 목선 중 가장 크며, 영산강을 따라 개경을 오가는 조운선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극히 일부만 남아 있어 정확한 규모와 용도는 알 수 없지만 길이 9.1m의 대형 판재가 나온 것으로 보아 길이가 최소 32m에서 최대 42m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나주시는 이보다 작은 길이 29.9m, 너비 9.9m, 높이 3.16m 크기에 탑승 인원 96명 규모로 만든다.
고려 시대 문헌인 에는 고려 태조 왕건이 서남부 지방을 배로 다녔는데 갑판에서 말을 탔다는 기록이 나온다. 발굴된 나주선은 실제로 그만큼 큰 배가 있었음을 입증할 유물로 주목받았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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