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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신상옥 감독 '성춘향' 개봉 50주년 기념 상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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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신상옥 감독 '성춘향' 개봉 50주년 기념 상영회

입력
2011.04.1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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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에 주름진 얼굴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젊은 얼굴은 드물었지만 열기만은 걸그룹 콘서트 현장 못지않았다. 스크린을 흐르는 옛 영화를 지켜보던 영화계 노장들의 얼굴은 감회에 젖어 들었다.

충무로 고전영화 ‘성춘향’의 개봉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신상옥감독기념사업회(이사장 이장호) 주최로 12일 오후 3시 서울 낙원동 허리우드 클래식 시네마(옛 허리우드극장)에서 열렸다. 2006년 4월 11일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신 감독의 5주기 추모 행사도 이날 함께 개최됐다. ‘성춘향’은 신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다.

1961년 설 연휴 대목을 맞아 개봉한 ‘성춘향’은 ‘춘향전’과의 흥행 대결로 장안의 화제를 모았다. 두 영화는 같은 소재인데다 서로 국내 최초의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스크린 가로 비율이 일반 스크린보다 큰 상영방식)를 주장해 제작 단계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당대의 흥행술사로 떠오른 신상옥 감독과 홍성기 감독이 맞섰고 두 감독의 아내 최은희씨와 김지미씨가 각각 주인공 춘향을 연기해 세인의 호기심을 불렀다.

결과는 싱거웠다. 가장 장사 잘되는 곳으로 꼽히던 세종로 국도극장에서 1월 18일 개봉한 ‘춘향전’은 흥행에 참패했다. 28일 충무로 명보극장에서 선을 보인 ‘성춘향’은 당시 최다 관객인 38만명(서울 기준)을 모았다. 당시 서울 인구가 250만명이었으니 시민 10명 중 1명 이상이 이 영화를 관람한 것이다. 전국 관객은 400만명으로 추산됐다.

이날 행사의 스타는 단연 최은희씨였다. 아들 신정균 감독이 미는 휠체어를 타고 극장에 나타난 최씨에게 영화인과 팬들이 앞 다퉈 손을 내밀었다. 소감을 묻자 최씨는 “세월이 약이라지만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듯하다. 갈수록 (신 감독이) 너무 보고 싶고 간절하다”고 말했다. 관절염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최씨는 신상옥감독기념사업회 일에 전념하고 있다.

최씨가 당시 패물까지 처분해 ‘성춘향’의 제작비를 댔다. 그는 “혼신의 힘을 기울여 만든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 배우가 된 게 무척 자랑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춘향전’과 함께 언급될 때마다 곤혹스럽다. 승부에선 이겨야 하지만 (상대방) 속 상할 것 생각하면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신정균 감독은 “‘성춘향’은 아버지의 애정이 깃든 작품이다. 북한에서도 춘향전을 소재로 한 뮤지컬 영화 ‘사랑 사랑 내 사랑’을 만드셨다”고 밝혔다.

‘춘향전’의 흥행 실패 뒤 홍 감독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김지미씨와 결별했다. 반면 신 감독은 ‘성춘향’의 흥행을 발판 삼아 자신만의 영화제국 신필름을 건설하게 됐다. 신 감독의 연출부로 영화계에 입문한 이장호 감독은 “신필름의 성장 계기가 된 영화”라고 평가했다. 김수용 감독은 “신 감독과 홍 감독은 최인규 감독에게서 동문수학한 사이였다. ‘성춘향’은 규모만으로도 신 감독의 라이벌 의식이 느껴지는 영화였다”고 회고했다.

이날 행사가 치러진 옛 허리우드극장은 신 감독과 최씨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다. 1970년대 신 감독이 이 극장을 인수한 뒤 최씨가 ‘우리도 미국처럼 영화를 만들자’는 뜻을 담아 허리우드로 이름 지었다. 행사에는 신영균 신상옥감독기념사업회 명예회장,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정대철 전 의원, 심우섭 정지영 정진우 감독, 최지희 한국영화인원로회장, 원로배우 권희덕 오승룡 전계현씨를 비롯해 300여명이 참석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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