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업계가 신성장동력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수년간 지속돼온 저출산의 여파로 우유ㆍ분유의 주된 소비층인 12세 이하 인구가 줄면서 시장이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우유와 분유시장의 규모는 거의 정체상태다. 우유 총 소비량은 2006년 307만톤에서 계속 줄다가 2009년부터 다소 늘었지만, 1인당 소비량은 63.6㎏이었던 2006년 수준을 여전히 밑돌고 있다. 업계의 총 매출도 몇 년째 1조9,000억원 안팎 수준이다. 분유 소비량 역시 1만4,000톤 안팎에서 큰 변화가 없고, 매출은 3,100억원에서 3,400억원 사이를 오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주요 업체들은 전통적인 우유ㆍ분유시장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에 한창이다. 남양유업의 경우 커피믹스 시장과 함께 비타민 시장을 신사업 영역으로 상정했다. 지난해 말 선보인‘프렌치카페 카페믹스’는 출시 3개월 만에 올해 매출 목표액 100억원을 넘기면서 동서식품이 30여년간 사실상 독점해온 커피믹스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김웅 대표는 “커피시장에 남양유업의 미래를 걸었다”고까지 얘기한다.
남양유업이 커피믹스 시장의 성공적인 안착에 이어 준비 중인 신성장동력 2탄은 산모용 비타민 제품. 이는 연간 4,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일반 비타민 시장까지를 겨냥한 장기 포석이다. 자신에게 익숙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뒤 본격적인 영역 확장으로 나서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셈이다.
매일유업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냉장카레인 ‘MCC고베식당’을 론칭하는가 하면 와인 유통 자회사를 통해 삿포로맥주도 수입ㆍ판매하고 있다. 또 일본 양식 브랜드 ‘만텐보시’와 딤섬 전문매장 ‘크리스탈 제이드 딤섬’ 등을 여는 등 외식산업도 부쩍 강화하고 있다.
먹거리 이외의 영유아 시장에도 적극적이다. 자회사인 ‘0 to 7’의 경우 의류에서 시작해 스킨케어, 도서까지 비즈니스 모델을 점차 확장하고 있고, 매출 규모도 2007년 753억원에서 지난해 1,860억원까지 커졌다. 매일유업의 유통망을 적극 활용하면서 시너지를 창출한 셈이다.
빙그레는 올해 44조원에서 2020년 149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실버산업을 택했다. 일본 실비식 배달 1위 업체인 엑스빈(X-vinn)과 손잡고 노인 전용 식사배달 서비스 사업에 뛰어든 것. 전문 영양사를 통해 밸런스를 갖춘 영양식을 제공하는 사업을 통해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에 비해 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08년 프랑스 업체와 손잡고 치즈사업 분야를 좀 더 강화한 정도가 전부다. 2년마다 조합장이 바뀌는 운영체제의 특성 때문에 대규모 투자와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신사업 영역에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정체된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건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필요하다면 간판 제품을 바꾸는 것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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