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이 마침내 세계시장으로 비상할 기회를 잡았다. 뛰어난 성능을 내세워 일찌감치 수출무기로 주목을 받았지만 판로를 찾지 못해 애태우던 차였다. 초등훈련기 KT-1의 경우 2001년부터 터키와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고 있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초음속 항공기 수출은 처음이다.
항공기 개발은 자동차에 비해 100배가 넘는 정확성과 신뢰도를 요구한다. 세계적으로 초음속 항공기를 수출한 국가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5개국에 불과한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인도네시아와의 수출계약이 성사되면 한국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경제적 효과도 막대하다. 총 16대, 4억 달러 규모인 T-50 수출로 6억5,000만 달러의 생산유발 효과, 1억7,000만 달러의 부가가치, 7,700명에 달하는 신규고용 창출효과가 기대된다. T-50 1대 수출에 따른 파급효과는 중형 자동차 1,000대에 맞먹는다. 내수시장은 좁고, 세계시장의 문턱은 높아 침체된 국내 항공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추가 수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신형 훈련기를 도입하고자 지난해 한국과 이탈리아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미국은 이르면 올해부터 최대 500여대의 고등훈련기를 교체할 예정이다. 폴란드, 인도, 아랍에미리트(UAE)도 T-50이 진출할 수 있는 유망 시장이다. T-50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측은 "2030년까지 60여 국에 3,000여대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이 중 1,000대 이상을 점유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이번 수출을 단정하긴 어렵다. 인도네시아는 2025년까지 전력증강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미국이 F-16전투기 20여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특히 인도네시아가 제안한 4억 달러에는 T-50 기체 뿐만 아니라 훈련장비 등 각종 부대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어 적정가격을 놓고 본 협상에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