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캠퍼스에 벚꽃이 날리고 있어. 마치 4월에 눈이 내리는 것 같아. 남쪽은 눈이 귀하지만 4월에 내리는 벚꽃의 눈이, 찬란한 폭설이 있어 좋아.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은 꽃이 진다고 하지 않아. 꽃이 흘러내린다고 하지. 펄펄, 꽃이 흘러내리는 날 벚나무 아래 서 있으면 눈이 내리는 듯 한 환상이 나는 어려서부터 좋았어.
이런 고백을 한 적이 있어. 이 4월의 눈이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다고. 그 고백은 지금도 유효해. 당신도 벚나무 아래 서 봐. 4월은 꽃을 빚지만 시인을 빚기도 해. 때론 눈물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 눈물도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어. 꽃이 흘러내리는 중에 자주 비, 봄비가 내렸어.
봄비를 따라 흘러가던 하얀 꽃잎들, 그 꽃잎을 저벅저벅 밟고 가던 물발자국 소리……. 꽃이 날리는데 학생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어. 새 학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느 새 다음 주로 다가온 중간고사로 도서관은 밤새 눈을 밝히기 시작했어. 학생들은 아직 꽃이 흘러내리는 아픔을 모를 거야.
꽃을 알기에 그들은 너무 뜨거워. 그 뜨거움의 시간을 지나가면 저 청춘들도 자신만의 사유로 깊어질 것이라고 믿어. 시험이 끝나면 꽃은 바람에 모두 날려가고 없을 거야. 하지만 괜찮아. 벚꽃이 지고 나면 연초록 새잎이 돋아나잖아. 당신도 기다려봐. 그 연초록 착한 휘파람 소리가 들릴 때까지.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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