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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해킹 신씨 교묘한 범행수법/ 해킹서 인출까지…공범들 '원격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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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해킹 신씨 교묘한 범행수법/ 해킹서 인출까지…공범들 '원격조종'

입력
2011.04.1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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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보이지 않은 손으로 꼭두각시 놀음을 한 듯하다."

현대캐피탈 고객 42만여명의 개인정보 유출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신모(37)씨의 범행은 갈수록 교묘해지는 해킹 수법의 종합판 같다. 해킹 및 금품 요구는 물론 송금계좌 개설, 인출 과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은 철저히 은폐한 채 국내 공범들을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신씨가 주범임을 알아내는 데만 상당한 시간과 인력을 들인 것은 물론, 14일 현재까지 필리핀으로 도피한 그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의문스러운 부분은 현대캐피탈이 송금한 1억원을 7개 계좌로 분산 이체한 뒤 이를 인출하는 데 동원한 20~30대 남녀 3명의 행적. 이들은 자동입출금기(ATM)에서 3,600여만원을 뽑아낼 당시 마스크나 모자 등으로 얼굴을 전혀 가리지 않았고, 외모를 숨기려는 움직임도 없었다. 폐쇄회로(CC)TV가 ATM에 설치돼 있다는 것은 상식임을 감안할 때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대담한 행동이다. 이들 남녀 3명이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을 주도한 신씨와 과연 공범의 관계에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이유다. 따라서 이들은 범죄에 연루되는지도 모른 채 '위험한 심부름'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필리핀에 도피 중인 신씨가 공내 공범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원격 조종한 흔적은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이번 사건에 사용된 송금계좌는 모두 유령법인 명의로 돼 있다. 하지만 이들 유령법인의 대표이사나 감사로 등록된 사람들은 신씨의 정체는 물론 자신이 해당 유령법인의 임원으로 등록된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최소한 5~6개월 전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 '명의를 빌려주실 분'을 찾는 광고를 낸 뒤 사람들을 모집, 10만원 정도를 주고 주민등록증 사본과 인감증명서 등 법인 설립에 필요한 서류를 모았다. 때로는 '대출을 해준다'고 속여 이들로부터 관련 서류를 받은 뒤 연락을 끊기도 했다. 신씨는 모든 연락을 필리핀 현지에서 대포폰으로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해킹에 동원된 경유서버의 이용료를 결제한 혐의로 지난 11일 경찰에 붙잡힌 안모(33)씨도 진술만으로 보면 신씨에게 철저히 이용당한 경우다. 더구나 안씨의 진술에 따르면 신씨는 안씨에게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주겠다며 그 대가로 300만원까지 송금받은 뒤 연락을 끊어버렸다. 경찰 관계자는 "신씨를 붙잡아봐야 공범들의 가담 정도 및 범행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용의주도한 지능범죄"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현대캐피탈을 해킹한 IP가 필리핀 퀘손 시에서 신씨가 사용한 것이 맞다는 현지 경찰의 연락을 받았지만 그의 소재는 찾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신씨가 필리핀을 도피처로 삼은 이유도 7,000여개의 섬으로 돼 있어 도주가 용이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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