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 안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한국 정부에 거듭 요청했으나 김황식 총리는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3일 중국을 방문 중인 김 총리와 가진 회담에서 "한중 양국이 빠른 시일 내에 한·중 FTA 협상을 개시하고 농산물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협상을 하면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원 총리의 발언은 양국이 이미 지난해 9월과 올 4월 한·중 FTA와 관련한 국장ㆍ장관급 협의를 진행한 만큼 본협상을 하루빨리 개시하자는 중국 최고지도부의 독촉 메시지로 해석된다.
김 총리는 14일 베이징 리전트호텔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중국측이 한·중 FTA 협상 개시 의지가 강한 것을 실감했다"며 "그러나 원 총리에게 한·중 FTA 성과를 도출하려면 중국측의 주장처럼 협상 개시를 먼저 선언하기보다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부작용이 없다는 한국 측의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총리는 "정부 차원에서 한·중 FTA 추진 방향과 일정에 대해 정해진 것이 전혀 없다"고 밝혀 중국 측 입장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김 총리는 지난해 천안함ㆍ연평도 사건 이후 중국의 태도와 관련,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편든다는 지적도 있으나 중국은 대화로 풀어가기 위해 북한을 궁지로 몰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북한을 두둔하고 (남북한을) 편가르기 하려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 등을 위한 물밑대화가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노력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총리는 이날 보아오(博鰲) 포럼이 열리는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했다. 후 주석은 이 자리에서 "한ㆍ중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확대하고 풍부히 해서 새 단계로 끌어올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이를 위해 ▦정치신뢰 심화 ▦긴밀한 경제 무역 협력 ▦인적 교류 확대 ▦다자조율 강화 등 4개 분야의 협력 강화를 언급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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