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개입으로 일단락 됐지만 종족 갈등 잠재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고도 퇴진을 거부,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불러일으킨 코트디부아르의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대통령 당선자인 알라산 와타라 측 군대에 의해 체포됐다.
AFP통신은 이날 와타라의 부대가 코트디부아르의 경제수도 아비장에 있는 관저에서 그바그보와 부인 시몬, 아들 미셀을 체포해 와타라 측 본부인 아비장 골프 호텔에 억류 중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그바그보의 보좌관 투생 알랑도 "그바그보가 관저에서 붙잡혀 반군 지도자에게 넘겨졌다"고 확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바그보 체포는 프랑스 특수부대의 대규모 공격에 이어진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30대 이상의 프랑스군 장갑차량이 그바그보가 은신 중인 관저의 벙커를 공격했다. 프랑스는 1,600명 이상의 병력을 옛 식민지였던 코트디부아르에 파견해 그바그보 축출 작전을 주도해 왔다. AP통신은 작전에 참여한 병사의 말을 인용해 "체포 당시 그바그보가 벙커 속에서 지쳐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코트디부아르 내전은 종결의 길로 들어섰고 이후 코트디부아르의 장래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일찌감치 와타라를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해 왔고, 와타라도 지난 5일 아비장의 그바그보 관저를 포위한 뒤엔 유럽연합(EU)에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등 사실상 국가수반으로서 행동해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은 코트디부아르의 안정 회복을 위해 새 정부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전 종결이 첩첩이 쌓인 코트디부아르의 갈등 해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와타라와 그바그보는 각각 북부의 이슬람계 주민과 남부의 가톨릭계 주민을 대표하고, 지난 대선에서 그바그보의 득표율이 46%에 이르렀던 만큼 내분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와타라가 옛 식민 종주국인 프랑스의 군대까지 끌어들여 남북, 종교, 민족이 얽힌 갈등은 더 복잡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구나 내전 과정에서 양쪽에 의해 1,000명 가량의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돼 와타라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태다. 한편 넉 달 넘게 계속되던 코트디부아르 내전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개입으로 마무리된 것이 아프리카 정치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사하라 사막 북쪽에는 재스민 혁명이 불붙고 있고 올해에만 18개 국가에서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 아프리카에는 당분간 격동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