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의 마늘 밭에 묻힌 돈의 액수가 어마어마하다. 경찰은 이모씨의 전북 김제시 금구면 밭에서 수십 개의 통을 발굴, 그 안에서 110억 원이 넘는 현금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돈의 주인인 이씨의 처남이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올린 수익금이 170억 원이 넘는다니 은닉자금이 더 발견될 수도 있다. 돈 발견경위는 어설프지만 이 사건에 내포된 의미는 작지 않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인터넷 불법도박사업의 엄청난 규모다. 이 돈은 중국에서 서버를 운영하면서 2008년부터 단 1년 만에 개인이 혼자 거둬들인 수익금이다. 이 정도면 웬만큼 견실한 중견 합법기업이라도 쉽게 올리기 어려운 수익규모다. 우리 사회에 인터넷 도박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며, 그 중독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극명하게 입증하는 사례다. 실제로 경찰이 추산하는 인터넷 도박사이트의 매출규모는 연간 3조~4조 규모에 달한다.
이는 건전한 경제활동이 아닌, 오로지 사행에 의존하며 생활하는 국민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어서 우리 사회의 건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매번 국제조사 때마다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한국인의 행복지수와 관련이 깊은 일이다. 도박에 빠지는 이들의 상당수가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고는 하나, 크게 보면 정상적인 시스템을 통해 사회의 주류에 진입할 수 없는 다수 국민의 절망감이 반영된 것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사회 계층의 경직화, 분배구조의 악화로 인해 이러한 사행심리는 더욱 확산될 개연성이 크다. 예의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또 다른 측면은 은닉된 불법자금의 규모다. 5만원 권이 은밀한 불법행위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온 바다. 실제 지난해에도 5만원 권은 가장 많이 발행됐는데도 유통이 가장 덜 되고 있는 화폐였다. 은밀하고도 막대한 불법자금 유통에 사법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역시 국민의 법의식과 사회인식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김제 거액은닉사건의 의미를 여러 측면에서 무겁게 봐야 하는 이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