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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카이스트/ "학생들과 격의 없는 분이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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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카이스트/ "학생들과 격의 없는 분이셨는데…"

입력
2011.04.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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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박모(54) 교수의 연구실은 11일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꿈의 신약 기술이라 불리는 첨단 연구성과가 빚어진 실험실의 분위기도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생명과학과 박사과정 A(29)씨는 “학생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던 교수님이 이렇게 자살을 하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면서도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 둔산경찰서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 교수의 자살 배경을 연구비 유용 관련 감사로 인한 심리적 압박으로 보고 있다. 11일 이 사건을 내사 종결한 둔산경찰서 관계자는 “박 교수가 작성한 유서와 유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판단 하건대 자살의 일차적인 동기는 교과부에서 진행한 감사에 대한 부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4용지 3장 분량의 그의 유서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자식들을 부탁한다. 이기적으로 결론났다. 학교에 미안하고 죄를 떠안고 가겠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스트 역시 박 교수가 최근 교과부로부터 연구인건비 유용 관련 감사를 받아왔으며 5일 교과부가 학교에 박 교수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고, 동시에 검찰에 횡령 혐의로 고발 조치하겠다는 통보를 했다고 밝힌 상태다. 당시 감사에서 적발된 교수는 박 교수 외에 2명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스트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박희경 기획처장은 “박 교수가 감사와 관련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은 맞다”면서도“고인이 목숨을 거두면서까지 덮고자 했던 문제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 같다”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연구비 윤리 문제와 관련한 대책 역시 여러 교내 사태가 마무리 되는 대로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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