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학교의 동료(교수)들이 저더러‘애들 좀 그만 죽여라. 우리 나이가 몇 살인데 너는 뭐하고 있냐’고 하더군요”
11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어로만 강의하겠다”고 선언한 한상근(55)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수를 만났다. 낮 기온이 15도까지 오른 4월 캠퍼스에서 그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학교의 행보를 보면 순수하게 학생들을 위해서만 전면 영어수업을 해왔다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서 총장은 사퇴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좋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앞으로 모든 강의를 우리말로 하려고 한다. 영어강의는 그나마 매우 적은 교수와 학생의 인간적 접촉을 단절해버린다. 이미 많이 삭막한 학생들의 정서를 더 삭막하게 만들 뿐”이라고 밝혀 교내 외에서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한 교수는 “100% 영어 수업이 순수하게 우리 학생들을 위해 도입됐다기보다 외국인 학생 유치를 위해 확대되고 있다는 생각을 평소 자주 했다”며 “처음 영어 강의 도입을 거론한 것은 러플린 총장인데, 서 총장 취임 이후 외국인 학생과 교수 확대가 계속 강조됐고 더불어 영어수업을 많이 하는 학과에 예산배정을 확대하는 식의 영어강의 독려도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이는 영국평가기관의 대학평가순위 산정 방식에서 고려하는 외국인 학생과 교수의 비율을 감안한 조치”라고 꼬집었다.
또 “한글로 해도 어려운 물리 수학 수업은 물론이고 중국어 일어까지 영어로 가르치는데 한국 학생들이 재미있게 수업을 들을 리가 있느냐”며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는 한국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일종의 불공정 경쟁에 처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생명과학과 4학년 A(25)씨 “최근 일본어, 독일어, 중국어 등의 외국어 수업을 영어로 가르치는데 대학 학생들의 반발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대전=김혜영기자 shine@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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