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검은 거래에 5만원권이 동원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5만원권의 폐해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 많은 5만원권이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했더니, 결국 지하자금으로 꽁꽁 숨어들었기 때문 아니냐"고 지적한다.
최근 불법자금이 연루된 사건에서는 어김없이 5만원권이 등장한다.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업자들이 마늘밭에 묻어 뒀다 적발된 자금은 모두 5만원권. 그 금액이 무려 100억원이 넘는다. 앞서 청목회 사건에서 의원실 후원금으로 전달됐다는 돈이나,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운영권 비리사건에서 브로커 유상봉씨가 로비에 쓴 돈 역시 모두 5만원권이었다.
2009년 6월 5만원권이 처음 도입될 당시 고액권을 발행하면 불법상속이나 증여, 뇌물 등의 검은 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던 우려가 일부 현실화하고 있는 것. 실제 3월 현재 5만원권 유통잔액은 1만원권(20조761억원)을 추월한 20조1,076억원. 장수로 따지면 4억장이 넘지만, 정작 시중에서는 5만원권을 찾아 보기 힘들다는 푸념이 적지 않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도 최근 국회에서 "시중에선 안 보이는 5만원권이 다 어디에 갔느냐"며 "지하경제 창궐에 도움을 준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래의 편리성 등 5만원권의 긍정적 측면은 도외시한 채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많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고액권 도입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일부 부작용을 너무 확대 해석하는 측면이 있다"며 "5만원권에 모든 책임을 돌리기 보다는 지하경제 유인을 없애는 것이 근본 대책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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