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남이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벌어들인 돈을 마늘밭에 묻어 뒀던 이모(53ㆍ무직)씨가 숨긴 자금은 모두 110억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북 김제경찰서는 11일 "지난 8일부터 3일 동안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이씨의 마늘 밭을 샅샅이 파헤쳐 불법 은닉자금 99억여원을 추가로 찾아내는 등 모두 110억7,800만원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애초 경찰에서 자신의 처남 이모(48)씨 형제가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통해 벌어들인 27억원을 받아 밭에 묻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씨의 진술에 의문을 품은 경찰이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10일 오후 7시부터 3시간40분 동안 굴착기 2대를 동원해 추가로 거액을 찾아냈다.
추가로 발견된 돈은 5만원권 100장씩 묶은 돈다발 2,200여개로 냉장고용 김치통 16개와 플라스틱페인트통 11개 등 모두 27개에 40~120다발(2억~6억원)씩 담겨 밭 가장자리에 묻혀 있었다. 발견된 금액은 5만원권 지폐로 무려 22만1,145장으로, 990㎡의 이씨 밭을 25번 덮을 수 있는 양이다.
이씨는 2009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큰처남에게서 돈을 넘겨받아 집 안에 숨겨 놓았으나 부피가 커져 보관이 어렵게 되자 지난해 5월 밭을 구입해 돈을 묻었다. 큰처남은 도박 개장 혐의로 현재 수배 중이며,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작은 처남(44)은 다음달 출소할 예정이다.
지난해 4월 충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의 수사결과, 이씨 처남 형제는 2008년 1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홍콩에 서버를 두고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17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도박사이트의 판돈은 1,540억원 규모였으며, 이들은 판돈의 12.3%를 도박게임 제공과 환전 대가로 챙겼다.
완벽해 보였던 자금 은닉은 이씨가 2억8,500만원을 꺼내 쓴 뒤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 자작극을 벌이다가 들통이 났다. 이씨는 올해 초 이 밭 주변에서 작업을 한 굴착기 기사 안모(52)씨를 지난 8일 찾아가 "충남 조폭들이 인터넷 도박으로 번 7억원을 이곳에 묻어 놓았는데 없어졌다. 다음달 출소하면 찾아올 것인데 보지 못했냐"고 캐물었다. 이에 안씨가 누명을 벗기 위해 경찰에 신고해 덜미가 잡힌 것.
경찰은 11일 이씨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김제=최수학기자 sh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