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인수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된 올 2월말.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이 중동지역의 반정부 시위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았다. 그는 해외 지사장 등을 모아 놓고 “시장 다변화와 공정 다각화만이 살 길”이라고 주문했다. 이후 현대건설은 중동에 치우쳤던 수주 역량을 아프리카와 중남미로 넓히는 한편,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주문에 따라 플랜트 시공중심의 해외사업도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국내 주요 업체가 해외사업 구도의 전면적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중동의 정정 불안이 장기화하고 수주차질 우려가 높아지는 한편, 기존 시공위주의 저부가가치 수주만으로는 더 이상 해외사업의 수익성을 맞출 수 없기 때문. 이에 따라 지난해 해외 수주액(715억달러) 가운데 지역별, 공정별로 쏠림 현상이 나타난 중동(66%ㆍ472억달러)과 플랜트(80%ㆍ574억달러)의 비중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각 기업마다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다.
현대건설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독립국가연합(CIS), 중남미 등지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초 알제리와 카자흐스탄에 지사를 신설했고 최근에는 해당 지사의 인력을 늘려 영업능력을 강화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추가로 지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GS건설은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이 발주하는 공공 인프라공사와 도급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플랜트 사업본부에만 있던 해외영업지원팀을 토목ㆍ건축 분야에도 신설하는 것이 핵심 내용인데, 동남아 공사수주의 비중을 중동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파푸아뉴기니와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대형 공사를 수주한 대우건설은 올 들어서도 시장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협력해 베트남과 남미, CIS 국가, 이라크 등에서의 신규 사업 수준에 노력하고 있다. 대우건설 고위 관계자는 “리비아 사태에도 불구, 미수금 등 직접 피해는 거의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리비아 등 기존의 핵심 시장에서의 영업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대체 시장 발굴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고 말했다.
2006년 칠레 벤타나스 발전소를 수주해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중남미 에너지 건설시장에 진출했던 포스코건설은 최근 에콰도르의 플랜트 시공업체 산토스CMI를 인수하기도 했다.
신사업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GS건설은 오일샌드 등 비(非) 전통유와 석탄기화기술 등에 주력하고 있는데, 지난해 캐나다에서 오일샌드 프로젝트를 수주한데 이어 최근에는 석탄기화기술을 활용한 호주 요소비료 공장 건설 사업도 따냈다. SK건설은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가르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연결하는 길이 14.6㎞의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 사업에 진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는 또 카타르 두칸 유전지대에서 정유 및 석유화학 시설간 통신 시스템을 설치하는 사업도 따내 단순 시공위주의 공사 탈피에 노력하고 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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