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을 겪고 유일하게 살아남아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재건의 상징이 된 소나무가 고사(枯死) 위기에 처했다.
11일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이와테(岩手)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 해안 타카타(高田) 소나무숲(마쓰바라ㆍ松原)의 마지막 소나무가 말라 죽기 일보직전이다. 이 숲은 350년 전 7만 그루의 소나무로 조성돼 일본 백경(百景)으로 선정된 곳이나 지난달 11일 규모 9.0의 대지진 이후 밀려온 높이 10m의 쓰나미에 한 그루만 남기고 휩쓸려갔다. 폐허 속에서 홀로 우뚝 선 이 소나무가 발견되자 자위대와 리쿠젠타카타시 당국은 이 소나무를 복구사업의 상징물로 지정했다. 이후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 소나무는 일본인의 가슴 속에 지진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일본 부흥의 메시지를 심어주었다.
하지만 이와테현 농림진흥청이 최근 조사한 결과는 ‘부흥’과는 거리가 멀었다. 키 30m에 직경 80㎝인 이 소나무는 뿌리 위쪽에 바다에서 밀려온 모래가 쌓인 데다가 지하수에 바닷물이 섞여 수분 공급이 멈춰 뿌리부터 썩을 위기에 빠졌다. 현립 녹화센터 관계자는 “주변에 퇴적된 모래를 제거하고 6~7월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지만,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재건의 상징’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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