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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려간 일본 신화, 밀려온 일본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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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려간 일본 신화, 밀려온 일본 리스크

입력
2011.04.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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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한달]리더십 부재… 최악의 원전 재앙 자초"日사태로 글로벌 공급체계 취약점 노출"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 참사가 11일로 한 달을 맞았다. 대지진과 쓰나미로 수 만 명이 희생당한데 더해 원자력발전소에서의 방사성 물질 대량 유출로 핵 재앙의 위기까지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선진 경제대국 일본'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진다발지역인 일본의 지질학적 취약점에 따른 대지진은 말 그대로 불가항력이었다. 그러나 쓰나미에 대한 대비가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점, 그리고 특히 원전 위기 대응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보여준 난맥상은 국제사회가 '선진국 일본'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팬 리스크(Japan Riskㆍ일본발 위험)'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최소한 이번 사태가 '교훈'이 되기 위해서는 이 '저팬 리스크'에 대한 지적과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세계 정치ㆍ경제계에 미치는 일본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점에서 이런 지적은 그만큼 설득력을 갖는다.

우선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 일본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다. 복구와 재건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은 계속돼야 하겠지만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 속에서 일본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리더십의 문제다.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위기 대응에서 보여준 일본 정부의 우유부단함과 관료적 폐쇄주의, 정치구조의 후진성, 단선적 문화 등은 국제 정치ㆍ외교무대에서 명실상부한 '대국'으로 부상하려는 일본의 능력과 실체에 근본적 의문을 던진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꿈꾸는 일본이 그런 국제정치적 리더십을 감당할만한 위상에 올랐느냐는 의문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미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케네스 바인슈타인 소장은 9일(현지시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늑장대응, 무능력, 정보공유 거부 등은 비극을 얼마나 최악으로 다룰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일본이 상임이사국 진출을 심각히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국가 내부의 재건설과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일본 정부의 판단실수와 섣부른 오만함이 방사능 위기를 확산시켜 세계에 큰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하며 "국제문제의 복잡성과 미묘함, 그리고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창의적 사고는 현재 일본 정부의 대응방식과 대비된다"며 일본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10년 전 9ㆍ11 테러라는 최악의 참사에 처해 1선에서 상황수습을 지휘했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 인터뷰에서 "위기상황을 극복하려면 강력한 지휘관과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저팬 리스크'에 대한 관리는 대지진이라는 일본의 자연 재앙이 세계에 경제에 연쇄적으로 미치는 불안정성에 대한 국제적 대비책이 포함된다. 특히 일본이 본고장인 부품소재와 첨단기술 분야에서 그렇다. 한국의 경우 전체 부품소재 수입 중 일본 의존도가 4분의 1(지난해ㆍ액수기준)이 넘는다. 나라마다 수치가 조금 다를 뿐 이런 경향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바인슈타인 소장은 "일본 사태는 글로벌 공급체계의 취약함을 노출시켰다"며 "한국 중국 일본 등은 국익을 지키는 차원에서 이런 체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수습재원 마련 차원에서 미 국채를 매각할 수 있다는 것도 세계경제에 일본발 불안정성이 상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일본의 미 국채매각이 세계경제회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지적하며 "미국은 일본의 위기라는 새 변수를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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