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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골함 보관소 '안식의 집'/ 타국살이 설움 깃든 영혼들의 '임시 대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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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골함 보관소 '안식의 집'/ 타국살이 설움 깃든 영혼들의 '임시 대기소'

입력
2011.04.1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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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한 평(3.3㎡)이 안 되는 좁은 방. 사방을 채운 나무 책장에는 영정사진과 유골함들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일반 영정사진과 달리 이곳의 영정사진에는 도장을 눌러 찍은 자국이 선명했다. 여권 사진을 확대 복사해 쓰다 보니 도장 흔적마저 그대로 확대된 것이다. 흔한 사진 한 장이 없어 여권 사진을 복사해서 쓴 이유는 이들이 만리타향에서 숨진 외국인 근로자들이기 때문이었다.

안타까움으로 가득 찬 공간

외국인들의 유골함을 보관하는 '안식의 집'은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사)지구촌사랑나눔의 외국인무료급식소 안에 있다. 지구촌사랑나눔은 한국에서 사망한 외국인 장례를 무료로 치러준 뒤 화장하지 않은 시신은 방부처리해 항공편으로 보낸다. 안식의 집은 화장한 유골을 잠시 맡아두는 장소로, 현재 유골함 60여 기를 보관 중이다.

이달 7일 오후 찾은 안식의 집에는 외모가 비슷해 보이는 두 남성의 영정사진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재중동포인 신씨 부자였다. 충북 진천군의 하수관 공사현장에서 일했던 아들(38)은 지난해 3월초 합숙소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비보를 듣고 입국한 아버지(65) 마저 아들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약 세 달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1년 넘게 차가운 병원 영안실에 방치됐던 아들의 시신은 지난달 말에야 아버지와 함께 한 줌의 재로 돌아갔다.

유골함 가운데 5, 6기는 갈 곳이 없어 수년 간 이곳에 머물고 있다. 약 5년 전 사망한 재중동포 한모(당시 78)씨도 같은 경우다. 한씨는 유족이 나타나지 않아 2년여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영안실에 누워 있었다. 겨우 시신을 인수해 화장은 했지만 이후에도 그를 찾는 이는 없다.

그들에게 한국은 무엇이었을까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50) 목사가 지난 20년간 치른 외국인 장례는 2,000건이 넘는다. 일일이 기록하지 않아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가장 많은 사망 원인은 질병이다. 이어 산업재해, 교통사고, 자살 등의 순이다.

산재나 교통사고 피해자여서 보상금이 나오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지면 많게는 수천 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먼저 지불해야 해 유족들도 입국을 꺼린다. 형편이 어려운 국가의 대사관들도 비용 문제 등으로 자국민 장례에 소극적이다.

김 목사는 "유족 수소문 요청에도 비협조적인 대사관들이 있다"며 "장례를 치르다 보니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목사가 기억하는 사건 중에는 출국 전날까지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괴로워하며 과음을 한 뒤 토하다 기도가 막혀 사망한 20대 남성도 있다. 이 남성의 형은 동생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입국했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재중동포 남편의 장례를 위해 들어왔던 부인이 뇌출혈로 숨진 경우도 있었다. 부부의 장례를 치르고 유족에게 연락한 김 목사에게는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우리는 못 간다. 아들과 며느리가 동시에 죽어버린 한국이 너무 무섭다."

글ㆍ사진=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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