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서도 UFO 출현소동이 있었다.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의 기록은 생생하다. 1609년 8월 25일 오전 강원 간성, 원주, 강릉, 춘천, 양양 등지에서 UFO로 추정되는 현상이 잇따라 목격됐다는 내용이다. 목격담들은 '청명한 하늘에 우레소리, 붉은 화광(火光), 연기꼬리, 길거나 둥근 모양, 화살 같은 빠르기와 자유자재 기동'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양양에서의 목격담은 매우 구체적이다. '세숫대야처럼 생겼는데 위쪽은…뾰족하고 아래는 칼로 자른 듯'한 모양은 영락없는 비행접시다(이성규의 <과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 과학으로> 조선왕조실록>
■ UFO와 외계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 1947년 6월14일 미국 뉴멕시코의 농촌마을 로스웰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당시 미군 당국은 기상관측기구의 잔해라고 발표했으나 당시 외계인까지 보았다는 관련자들의 인터뷰 내용이 1990년대 초 책으로 출간되면서 세기의 미스터리로 부활했다. 97년 미 공군이 기구 잔해와 실험용 인체모형이라고 재확인한 뒤에는 도리어 미 정부가 진상을 숨기고 있다는 음모론으로까지 번졌다. 4년 전에는 당시 현장을 직접 조사했다는 공군장교의 유서가 공개되면서 이 사건은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 최근 보도된 미 FBI의 로스웰 관련 기밀해제문서 내용은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FBI가 직접 조사한 게 아니라 워싱턴의 요원이 공군 조사관에게서 들은 전언(傳言)을 요약 보고한 것이다. "약 90cm 신장의 시신 3구와 금속성 물질의 옷"등 여러 유사한 내용으로 보아 최초 보고자는 아마도 앞서 유서를 남긴 공군장교와 동일인인 듯싶다. 다만 보고서를 작성한 FBI 요원은 "주변의 강력한 지상레이더가 이 비행접시의 조종체계를 교란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하는 등 현장진술을 신뢰하는 모습이 지금까지의 미 정부 공식 입장과는 다르다.
■ 왕조실록을 포함, 동서고금의 숱한 기록과 10만 건 가까운 목격담에도 불구하고 저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를 철저히 부정하는 입장이다. UFO니, 외계인이니 하는 것들은 경험의 비일관성, 의심스러운 정황, 결정적 증거 부재 등으로 미뤄 여전히 환각이나 오인, 특수현상의 일반화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사실이라면 서구문명의 뿌리를 통째로 뒤흔드는 가장 큰 딜레마가 발생한다. 신이 당신의 형상대로 창조한 우주 유일생명체로서의 인간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바로 정보 은폐를 의심하는 음모론이 자라는 곳이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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