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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야권엔 왜 영웅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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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야권엔 왜 영웅이 없나

입력
2011.04.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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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이 그리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왜 야권에서는 박 전 대표에 맞설 수 있는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나요."

한 지인이 불쑥 던진 질문이다. 그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독자들의 가장 큰 궁금증은 두 가지"라면서 신문이 심층적으로 분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욱 관심을 끈 것은 두 번째 물음이었다. 여야의 대선후보 경선을 1년 앞두고 야당에 도드라진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9일 실시한 한국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34%에 이른다. 반면 민주당에선 지지율 6%를 넘긴 주자를 찾을 수 없다. 손학규 대표의 지지율도 5.9%에 머물렀을 뿐이다. 야권 인사 중 선두를 달리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지지율은 10%를 간신히 넘겼다. 하지만 유 대표는 국회 의석이 하나도 없는 정당에 소속돼 있다.

정치환경보다 노력 부족 아닌가

야권의 두 축이었던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야당은 아직도 정치 거목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2009년 당시 '포스트 DJ-노무현 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영웅을 기다린다'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아직까지 이런 기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1994년 영국 노동당의 존 스미스 총재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직후 토니 블레어가'새로운 노동당' 깃발을 들고 혜성처럼 등장한 것과 대비된다.

전략에 밝은 야당 의원들에게 '야권엔 왜 유력 주자가 없는지'에 대해 물어 봤다. 여러 갈래의 답변이 나왔다. "요즘 유권자들은 친(親) MB(이명박) 정서를 가진 사람들과 반(反) MB 정서를 가진 사람들로 나뉘어진다. 그런데 이명박 역을 떠난 사람들이 야당 주자들의 역까지 가지 못하고 박근혜 역에서 내려 그 주변에 머물고 있는 형국이다.""야권에는 친 DJ층과 친 노무현 층이 있다. 친노 성향 유권자의 다수는 유 대표 쪽으로 쏠리고 있다. 그러나 친 DJ층의 마음은 특정 주자로 기울어지지 않았다. 최선의 정권교체 카드가 무엇인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총선 이후 야권 지지층의 뜻이 모아지고, 여야의 단일 후보가 맞붙는 구도가 되면 누가 대선에서 승리할지 알 수 없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뒤 차기 대선에서 과연 정권을 교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4ㆍ27 재보선이나 내년 총선 등에서 야권이 선전한 뒤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야권 주자에게 눈길을 돌리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게 될 것이다. "

대부분 정치적 환경 요인들을 분석했다. 하지만 그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대선주자가 되려는 정치인들 스스로의 치열한 노력이 너무 부족했다는 점이다. 야권의 정치무대를 지켜보던 관객들은 두 전직 대통령이 떠난 뒤 새로운 주연 배우가 나타나기를 갈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책임 의식을 갖고 용기 있게 나선 지도자는 거의 없었다.

비전과 치열한 도전정신 기르길

야권의 새로운 지도자는 몇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 첫째, 정치 생명을 걸고 야권의 새로운 비전과 노선을 제시하려는 도전정신과 헌신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둘째,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 셋째, 서민 속으로 들어가 애환을 함께 하고, 그들을 조직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대선 전에 흑인과 젊은 층을 새로운 유권자로 등록시키는 운동을 꾸준히 전개함으로써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요즘 야당에선 큰 그림을 그리면서 정치하려는 의원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다수 의원들이 '의원 금배지 한 번 더!'를 외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큰 꿈이라면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되는 것이다. 의원직이나 당권에만 연연해서는 정권교체 고지에 가까이 갈 수 없다. 야당의 소장파ㆍ중진 의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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