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중동발(發) 재스민 혁명의 중국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학생이 참여하는 신해혁명 100주년 관련 토론회를 하루 전날 전격 금지시키는가 하면 관영 통신은 반체제 인사를 '3류'라고 몰아세우면서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 공청단(共靑團ㆍ공산주의청년동맹) 베이징시 위원회는 9일부터 베이징이공대(北京理工大) 주최로 열릴 예정이던 신해혁명 100주년 관련 토론대회를 일방적으로 취소시켰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토론대회의 심판관으로 참여키로 했던 장밍(張鳴) 런민대(人民大) 교수는 당국이 8일 갑자기 대회를 열지 말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베이징이공대는 2002년부터 해마다 1911년 신해혁명의 지도 이념인 쑨원(孫文)의 삼민주의(三民主義ㆍ민족 민권 민생)를 주제로 한 대학생 토론대회를 주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신해혁명 100주년이 되는 해로, 런민대 베이징대 톈진대(天津大) 등 전국 16개 대학의 토론팀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토론대회를 불과 하루 앞둔 시점에서 당국이 행사를 못 열게 한 것은 토론대회가 자칫 민주화 운동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해혁명의 정신인 삼민주의 가운데 민권은 민주화와 직결되는 주제이다. 더군다나 행사가 주말에 열린다는 점도 당국의 신경을 곤두세웠다는 분석이다. 중국에선 2월20일부터 매주 일요일 주요 도시에서 '중국판 재스민 혁명'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자는 글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지고 있다.
반체제 인사에 대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구금된 설치미술가이자 인권운동가인 아이웨이웨이(艾未未ㆍ53)씨에 대해 '언론 매체의 관심을 끌려고 반체제 활동을 하는 3류 예술가'라고 9일 비판했다.
앞서 7일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아이웨이웨이의 체포는 인권이나 언론의 자유와는 무관한 것"이라며 외국의 개입을 차단하고 나섰다. 3일 그가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을 통해 홍콩을 방문하려다 비행기 탑승 전 공안요원에 연행된 사실이 알려진 후 서방 국가들은 석방운동을 벌여왔다.
'저항'의 상징인 미국의 팝 가수 밥 딜런(70)의 중국 공연은 소리 소문 없이 끝났다.밥 딜런은 7일 베이징, 8일엔 상하이(上海)에서 공연을 가졌으나 행사는 거의 홍보되지 않았고 공연 결과도 중국 언론에선 보도되지 않았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