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4월 12일, 러시아(당시 소련)의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유리 가가린을 태운 우주선 보스토크 1호가 굉음과 함께 하늘로 솟아올랐다. 가가린은 108분간 지구 궤도를 한 바퀴 돈 뒤 무사히 귀환했다.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1991년 소련 붕괴 전까지 우주개발은 양강체제였다. 1957년 옛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이어 첫 유인 우주선까지 성공하자, 미국은 1969년 아폴로 11호를 필두로 한 달 탐사로 응수했다. 이제 우주경쟁은 아시아 국가 사이에서 재연되고 있다.
무한 경쟁으로 접어든 우주개발
AFP통신은 10일 금세기 우주개발 후발주자인 아시아 국가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고 보도했다. 특히 세계 2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유인우주선, 달 탐사, 화성 탐사, 우주정거장 건설 등 '문어발'식이다. 중국은 세계 세 번째인 2003년 10월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5호를 발사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어 2007년 10월 첫 달탐사 위성인 창어(嫦娥) 1호를 쏘아 올려 달 표면 사진 등의 자료를 수집하는데 성공했다. 11월에는 러시아 소유즈 로켓에 화성 탐사선인 잉훠(螢火ㆍ반딧불) 1호를 실어 발사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실험용 우주정거장인 텐궁(天宮) 1호도 쏘아올린다. 유인우주선 성공 때부터 하늘을 찌르는 자존심을 과시했던 중국은 독자적 우주정거장 확보를 기점 삼아 명실상부하게 미국,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성과면에선 최근 중국에 추월당했지만 50여 년의 우주개발 역사를 갖고 있는 일본 역시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일본은 2007년 달 탐사위성인 가구야를 발사, 달 전체의 상세 지형도를 세계 최초로 제작했다. 지난해 5월에는 행성 기상관측 위성인 아카쓰키(새벽)와 태양풍으로 항해하는 우주범선 이카로스를 쏘아올리기도 했다. 앞으로 10년 내 유인 우주선 발사가 목표다.
인도는 우주개발 분야의 다크호스로 꼽힌다. 2008년 10월 달 탐사위성인 찬드라얀 1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찬드라얀 1호는 2009년 8월 달에 얼음 형태의 물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수집해 명성을 날렸다. 인도는 2013년 찬드라얀 2호 발사, 2016년 첫 유인우주선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약진에 미국과 러시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올해 연방우주청 예산으로 2007년보다 3배나 많은 35억달러를 배정, 우위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최근 경제난과 맞물려 정부 예산지원이 원활치 않자, 민간 주도의 산업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고개드는 우주개발 '무용론'
일각에선 우주개발 회의론도 제기된다. "비용대비 실익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AFP는 진단했다. 말 그대로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의 한 탐사전문가는 "1969년 당시 250억 달러가 들었던 달 탐사가 오늘날에는 1,650억달러나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주개발이 지적 흥미를 만족시키는 것 외엔 우리 삶에 실제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인 제럴드 드그루트는 "사람들은 유인 우주선에 열광하지만 그것이 어떤 이익을 가져다 줄지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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