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됐지만 사고가 수습되기는커녕 오히려 핵 공포가 커지고 있다.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은 대기중으로, 바닷물을 통해 전세계로 퍼지고 있으며 토양과 빗물을 거쳐 농산물과 수산물 등 식품과 물을 오염시켰다. 어느 한 나라도 방사능 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한 지경이다.
가장 최근 문제가 된 것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10일까지 방류된 방사성 물질 오염수 1만1,500톤이다. 이보다 훨씬 위험한 고농도 오염수가 얼마나 유출됐는지는 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다. 바다의 오염으로 이미 수산물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능 오염이 확인됐다. 5일 후쿠시마 남쪽 이바라키(茨城)현 앞바다에서 잡힌 물고기에서 세슘, 1일에는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
채소와 과일 등 식품도 비상이다. 시금치 브로콜리 무 등에서 기준치 넘는 방사성 물질이 나와 출하가 정지됐다. 후쿠시마현이 지난달 말 논, 밭, 과수원 등 70곳의 농지에서 채취한 토양을 분석한 결과 기준치를 30~150배 초과하는 방사성 세슘이 검출돼 앞으로 농사짓기도 쉽지 않게 됐다.
이웃 나라 빗물과 대기, 우유 등에서도 미량이지만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청정지역 제주도에서 6,7일 내린 빗물에서는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됐고 7일 우리나라 전국에 내린 비에서도 방사성 요오드가 확인됐다. 중국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국에서 재배한 시금치에 이어 상추와 근대 등에서 요오드 131이 검출된 데 이어 7일까지 중국 내 31개 성 가운데 세슘 134와 세슘 137이 확인된 곳이 무려 22곳에 달한다. 대만도 예외가 아니다. 쑥갓에서 8일 요오드 131이 처음으로 검출됐고, 지난달 말에는 일본에서 수입한 고구마와 우동 겉포장에서도 요오드와 세슘이 나왔다. 바다 건너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지난달 말 우유에서 미량의 요오드가 검출됐고, 매사추세츠주의 빗물과 미 전역 12개 지점 대기에서도 방사선 수치가 상승했다.
한번 유출된 방사성 물질은 생태계에 미치는 여파가 장기적이라는 것도 걱정거리이다.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는 최대 수만년에 달하기 때문이다. 가축이나 수산물 등을 통해 사람에게 방사성 물질이 쌓이는 것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 재앙인 셈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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