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가장 맥 빠지는 결과가 무승부다. 경기 내용이 제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팬들에게 개운치 못한 뒷맛을 안겨줄 수 밖에 없다. 그라운드에서 사력을 다한 선수들도 만족스럽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때 사이버 공간에‘무리그’라는 표현이 등장한 적이 있다. 유럽리그에 비해서 K리그에 무승부가 많다는 점을 비꼰 것이다. 특히 골이 터지지 않는 무승부는 K리그 흥행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요소로 꼽혔다.
9, 10일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5라운드 8경기 가운데 6경기에서 승부가 나지 않았다. ‘무라운드’라는 표현이 나올 법한 결과다. 무승부 6경기 중 4경기가 0-0 이었다. 특히 10일 열린 5경기 중 4경기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모두 합해 3골이 터져 나오는데 그쳤다. 전에 없는 골 기근이다.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는 5라운드의 ‘백미’로 꼽혔다. 악연이 많은 양 팀의 맞대결은 화끈한 승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전북과 수원은 90분 내내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섰다.
특히 홈팀 전북은 공격 자원을 총동원해 맹공을 폈다. 종료 휘슬이 울린 후 그라운드에 길게 드러눕는 선수가 속출할 정도의 접전이었다. 그러나 골이 터져 나오지 않으며 ‘헛심공방’에 그쳤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경기 후 “홈에선 이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하다. 홈 경기 0-0은 1년여 만의 일인 것 같다”고 쓴 입맛을 다시며“순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지지 않는 경기’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무승부가 늘어날 수 있다”고 ‘헛심공방’이 급증한 원인을 분석했다.
윤성효 수원 감독은 “경기 수가 늘어나며 상대 팀을 분석한 후 임하다 보니 골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다른 경기에서도 득점이 많이 나지 않았다고 하니 아쉽다”고 말했다.
FC 서울과 부산 아이파크의 맞대결에서도 승자는 없었다. 서울이 고요한의 선제골로 기세를 올렸지만 부산이 양동현의 동점포로 응수, 1-1로 끝났다. 서울은 부산 원정 8연속 무승의 악연을 이어갔고 안익수 부산 감독은 정규리그 첫 승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한편 울산은 강원과의 홈 경기에서 종료 직전 이재성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 10일의 유일한 승자가 됐다.
전주=김정민기자 goavs@hk.co.kr
부산=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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