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기업 CJ GLS의 석ㆍ박사급 임직원들은 올해 2학기부터 가욋일에 나선다. 인하대 항공대 해양대 등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것. 이 업체는 지난 3월 이들 대학에 매년 10억원을 투자해 물류전문인력을 육성하기로 했고, 자연스럽게 최고의 물류 전문가인 이 업체 임직원들이 직접 강단에 서게 됐다.
기업들이'인재 키우기'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도 대학에 장학금을 내놓거나 연구 시설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인재 육성을 도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업이 '맞춤형 인재'를 직접 육성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CJ GLS의 경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물류는 정교한 계산을 통해 최소의 비용으로 최적의 이동경로를 산출해내는 것이 핵심이다. CJ GLS에만 석ㆍ박사급 물류전문가 100여명과 10년 이상의 물류 운영 경험자 및 관련 자격증 소지자 200여명이 재직할 정도로 고도의 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물류를 보는 인식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자연스럽게 전문인력의 확보도 쉽지 않다. 대학 졸업자들도 이 분야에 적응하려면 새로운 교육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아예 전문가들을 학교로 보내 '될 성 부른 떡잎'들을 많이 육성해 곧바로 현장에서 활용하자는 것이 이 업체의 생각이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과 LG도 이 같은 기류에 합류했다. 두 업체의 공동 프로젝트는 이른바 'IT명품인재양성사업'이다. 이 사업은 기존의 틀에 박힌 공학교육의 틀에서 벗어난 연구 중심의 교육을 통해 IT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8월 이 사업의 첫 사업자로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소가 선정됐다. 이 연구소는 올해 3년제 학부와 4년제 석ㆍ박사 통합 과정의 대학원이 개설되면서 지난달 23일 본격 출범했다. 삼정전자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는 인천시와 함께 연간 170억원씩, 10년간 1,700억원을 투자해 모두 320여명의 IT융합 분야 인재를 길러낼 예정이다.
대한항공도 지난 2000년 국내 최초로 사내 기술 대학인 정석대학을 만들어 10년째 기술 인력 등을 직접 키워내고 있다. 항공산업의 특성상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데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드는 탓에 자생적인 인력 양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학에서는 항공시스템공학 등 3개 학사학과정과 1개 전문학사과정을 2년제로 운영하고 있다. 2002년 95명이 처음으로 학사모를 쓴 이후 지금까지 87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최근에는 인력 채용이 쉽지 않아 고민중인 중소기업계에도 이 같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바이오 벤처기업인 휴온스는 생산공장을 충북 제천시로 옮기면서 지난해 이 지역의 대원대학과 제약ㆍ식품 인력 양성을 위한 관련 학과 설립에 합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대학 졸업생들을 현장에서 곧바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특히 전문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한 업종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앞으로 기업들이 직접 인재를 육성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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