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대 초반 한 신문에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LA경찰관들의 사진이 실렸다. 시위대를 통제하기 위한 게 아니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경찰이 시가지 행진을 벌인 모습이었다. 상상하기 어려운 이 같은 광경을 국내에서도 보게 될 것인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경찰노동조합,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지난해 9월 출범한 경찰노조추진위원회(추진위)가 '경찰 노조의 돛'을 올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전국 5개 지부로 이뤄진 추진위에는 현재 전현직 경찰관 300여 명이 가입돼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모든 공무원에게 노동기본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단계적 접근과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을 주문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인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본권 최대 보장과 최소 제한의 원칙에 따라 경찰공무원에게도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이 헌법의 기본정신에 합치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노조가 설립될 경우에도 단체행동권(쟁의권)을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공익적 사안, 업무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영역에 해당하는 집단행동은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상원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업무 특성상 경찰공무원의 집단행동이 발생하면 심각한 사회적ㆍ국가적 부작용 초래가 우려된다"면서도 "우여곡절 끝에 공무원 노동조합이 허용된 사실을 감안하면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경찰노조도) 언젠가는 설립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간 국민에게 '가해자'의 얼굴로 비쳤던 데 대한 내부 반성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용산참사, 쌍용차 사태 등을 예로 든 뒤 "반(反)노조문화와 경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노조 결성은)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며 " '권력의 경찰'에서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드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상층부의 실적 위주, 성과주의 지시는 결국 국민 인권 침해로 이어진다"며 "노조 설립을 통해 경찰 조직이 국민 신뢰를 회복해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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