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기도 코로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입안에서는 버석버석 모래 씹히는 소리가 났다. 모래언덕의 잔등에 새겨진 하늘하늘한 물결무늬들은 일진광풍에 어지럽게 출렁거렸고, 중천에 걸린 해는 반쯤 빛을 잃었다. 조림지(造林地)를 표시하기 위해 꽂아둔 붉은 깃발도 금세라도 부러질 듯 휘청거렸다.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얼도스(鄂爾多斯)시 다라터치(達拉特旗)의 쿠부치(庫布齊)사막. 베이징에서 서북쪽으로 460㎞ 가량 떨어진 사막으로 남한 면적의 5분의 1 정도인 1만8,600㎢ 규모다. 황사 발원지 중 가장 동쪽에 있는 사막인데 본래 초원지대였지만 1950년대 이후 급격히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이 사막의 모래흙은 북서풍을 타고 대략 이틀 정도면 황해에 도달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황사의 13% 정도가 이 사막으로부터 날아온다.
9일 오전 이 사막에서는 모래바람을 뚫고 황폐해가는 땅을 되살리려는 나무심기 작업이 이뤄졌다. 이 작업은 사막으로 변해가는 중국 내륙지역에서 조림사업을 하고 있는 비정부기구(NGO)인 한중문화청소년협회 미래숲(이하 한중미래숲)이 매년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쿠부치 사막 녹화사업은 2006년 시작했는데 이날은 사막 동쪽지역에 조성된 남북길이 16㎞, 폭 0.5㎞의 방풍림 서쪽으로 버드나무, 소나무, 포플러 등 건조기후에도 잘 견디는 나무를 심었다. 지금까지의 녹화사업이 선(線)을 만들듯이 이뤄졌다면 지금부터는 면(面)으로 넓혀 사막의 동진(東進)을 막겠다는 것이다. 계획이 결실을 맺는다면 모래바람의 길목인 이 일대에 2026년 무렵이면 53.4㎢ 의 숲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날 식수작업에는 주중대사를 지낸 권병현 한중미래숲 대표를 비롯해 사업을 후원하는 한국일보사, 산림청, 산림과학연구원, 생명과학연구원 관계자, 한국과 중국의 대학생, 현지 주민 등 30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이날 2시간 동안 70cm 정도 구덩이를 파고 2,000여 그루의 나무를 심은 뒤 물을 주고 흙을 다지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참가자들은 나무만 심은 것이 아니라 울울창창한 숲으로 변할 이곳을 상상하며 ‘10년 뒤 다시 돌아오겠다’는 메시지들을 담은 타임캡슐도 땅에 묻었다.
이날 소나무 두 그루를 심은 지난해 미스코리아 미 하현주(24)씨는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두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10년 뒤 다시 돌아와 내가 심은 나무가 얼마나 잘 자라는지 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학생 이소림(20ㆍ베이징대 국제관계학과3)씨는 “우리가 중국의 사막화 방지에 일조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우리의 노력이 사막화 진행을 완전히 막을 수 없겠지만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행사에는 벽안의 참가자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환경문제를 공부하는 미국 피츠버그대 학생들. 6명의 학생들을 인솔해온 이 대학 마크 콜린스(52) 지질학과 교수는 “미국 서부지역도 중국처럼 급격한 사막화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사막화 방지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녹화사업에 참가하며 그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중미래숲은 2001년부터 10년 동안 몽골 고비사막 근처인 시안(西安), 티베트고원 근처인 란저우(蘭州) 그리고 쿠부치 사막 등 주요 황사발원지에 480여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활착률(초목이 뿌리를 내리는 확률)은 70% 안팎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다만 이 나무심기 행사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지주민들의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과제다. 이를 위해 한중미래숲은 산림청 등과 함께 식수지 인근에 환금성이 강한 고구마 재배를 병행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권병현 대표는 “인간이 자연의 가해자가 됐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면 더 이상 자연은 인간의 횡포를 인내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막에 심어둔 나무가 자라는 만큼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도 자라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라터치=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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