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준에 이어 믿었던 김민 마저…”
10일 열린 2011 대구국제마라톤에서 기대주 김민(건국대)이 오버페이스로 사실상 기권과 다름 없는 2시간 30분대로 골인하자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불과 20일전 서울국제마라톤을 통해 정진혁(건국대)이라는 알토란 같은 ‘보석’을 캐내 들떠있던 마라톤계에 찬물을 끼얹은 것과 같은 낭패였다. 이날 대회는 특히 8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코스에서 열려 낭패감이 더 컸다.
앞서 지영준은 대회를 하루 앞두고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격 불참을 선언했다. 지영준은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도 경기 당일 감기몸살을 이유로 레이스에 나서지 않았다. 정만화 대표팀 코치는 “지영준이 무리해서 참가하는 것보다는 8월 세계선수권을 대비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인 것 같아서 대회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김민마저 35km지점에서 거의 걷다시피 경기를 포기하자 마라톤계를 질타하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황영조, 이봉주가 철저한 자기관리와 승부사 근성으로 한국마라톤을 이끌어 왔지만 후배들이 나약한 정신상태로 뒷걸음질 친다는 지적이다.
최고기록이 2시간 13분대인 김민은 이날 이봉주의 한국최고기록(2시간7분20초)경신을 목표로 대회에 나섰다. 그만큼 컨디션도 좋아 보였다. 김민을 지도한 황규훈 감독(대한육상연맹 부회장)은 경기 전 “동계훈련을 알차고 만족스럽게 소화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불과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실망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김민의 출발은 황감독의 기대들 웃돌았다. 김민은 2시간 6~7분대의 기록을 가진 케냐선수들과 20km까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들과 보조를 맞추기만 해도 한국기록쯤은 떼어 논 당상처럼 보였다. 그러나 25km지점에서 김민의 발 걸음이 처지기 시작했다. 오버페이스로 리듬을 잃어버린 것이다.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7km지점에서 저체온증으로 기권한 김민은 결국 이번 대회에서도 자기관리에 실패하며 눈물을 뿌렸다.
한편 한국 남자 선수 중에서는 이두행(고양시청)이 2시간16분53초를 찍고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기록(2시간17분00초)을 간신히 통과했다. 케냐의 체불 송고카가 2시간8분8초를 찍고 월계관을 썼다.
대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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