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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아랍 민주화 바람, 왕정도 무너뜨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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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아랍 민주화 바람, 왕정도 무너뜨릴까

입력
2011.04.0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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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들의 강력한 공동대응에 '찻잔 속 태풍' 그칠 듯

지난해 12월 튀니지에서 26세 청년이 불법 노점상 단속에 항의, 분신을 하면서 촉발된 재스민(튀니지의 국화) 혁명이 4개월째 북아프리카 및 중동 국가들을 뒤흔들고 있다. 실업과 고물가, 빈부격차, 부정부패, 장기집권 등에 신물이 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며 튀니지와 이집트에서는 이미 독재자가 축출됐다. 이집트 예멘 바레인 시리아 등에선 '과거'와 '미래'의 힘 겨루기가 한창이다. 이 과정에서 무고한 희생도 잇따랐다. 민주화란 과실이 결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있다. 반면 이러한 기운과는 무관한 중앙아시아 중국 북한을 보면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절감한다. 재스민 혁명 이전과 이후 세상은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적어도 이슬람 세계가 옛날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재스민 혁명은 이제 막 제1장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다. 재스민 혁명에 대한 중간 평가와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본다.

튀니지에서 비롯된 아랍권 민주화 운동의 바람은 왕정국가에도 예외없이 불고 있다. 바레인, 요르단, 모로코, 오만 등 왕정 국가들에서도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이 들불처럼 일어섰다. 그러나 이들 왕정국가에서의 민주화 시위는 '스쳐가는 바람'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튀니지와 이집트처럼 정부가 전복되거나 리비아와 같이 내전의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왕정국가 중 가장 시위가 과격했던 나라는 바레인이나 주변국이 군대를 파견해 잦아들었다.

일단 왕의 지위는 절대적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물론 모로코와 바레인 등에선 국왕 퇴진의 목소리가 있지만, 왕정 붕괴가 아닌 입헌군주제를 요구하는 것이다. 폐쇄적 왕정을 개혁하면서 국민의 정치적인 자유를 보장하고 여성의 인권을 신장하자는 의도다. 모로코 국민들의 요구는 "3권분립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는 것이다. 요르단 역시 정치개혁 및 부패척결을 요구하지만 41년 독재를 이어온 국왕 카부스 빈 사이드 알 사이드의 퇴진은 포함돼 있지 않다.

아라비아반도 산유국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협의회(GCC)의 협조체제는 왕정을 확고히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으로 구성된 GCC는 역내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강온 전략을 동시에 구사해 효과를 봤다. GCC는 지난달 바레인과 오만에 각각 100억달러를 10년에 걸쳐 지원키로 했다. 실업난을 해소해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한 지원책이다. 그래도 바레인 시위가 진정되지 않자 GCC는 지난달 14일 사우디 병력 1,000명과 UAE 경찰 500명을 파견했다. '회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는 GCC 회원국 전체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GCC 정관에 따른 것이지만, 사실은 왕권을 보호하는 셈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민주화 열기가 고조될수록 왕권 약화는 불가피하다. 모로코, 요르단, 바레인, 사우디 등 국왕들은 의회해산, 내각 총사퇴 등을 통한 개혁을 약속했다. 당장 왕권이 무너지는 일은 없겠지만 얼마간의 정치개혁은 불가피하리라는 분석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 중앙아시아 독재자들은 건재

95.5%.

3일 실시된 카자흐스탄 대통령 선거에서 1989년부터 무려 21년간 집권해 온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얻은 지지율이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독재 국가들이 민주화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반면 카자흐스탄은 오히려 대통령의 집권이 더 공고해졌다. 중앙아시아에서 재스민 꽃이 피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사실 중앙아시아도 북아프리카 및 중동 국가들과 유사점이 많다. 독재자의 장기 집권, 빈부 격차, 불평등의 심화, 강압적인 통치 등에 시민들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이슬람문화권인 점도 같다.

그러나 분명히 다른 점은 가파른 경제 성장세다. 20여 년 전 옛 소련에서 독립했을 당시 중앙아시아는 가난에 찌든 나라들뿐이었지만 풍부한 천연 자원과 원자재가 상승으로 지금은 형편이 꽤 나아졌다. 카자흐스탄도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에서 중앙아시아의 부국으로 바뀌었다. 1997년 700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9,000달러로 뛰었다. 1995년 11%였던 실업률은 지난해 5.8%로 낮아졌다. 최근 10년간의 연 평균 경제성장률은 8.5%나 된다. 우즈베키스탄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보였고 투르크메니스탄과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도 성장이 순조롭다. 두자릿수 실업률과 살인적인 물가 폭등으로 인내의 한계에 달한 북아프리카 및 중동국가와 다른 장면이다.

군부가 결정권을 쥘 만큼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옛 소련 시절부터 정보 및 보안 기구들이 정권을 떠 받쳐 온 터라 군부보다 영향력이 더 강하고 이들은 본질적으로 통치자의 친위세력일 수밖에 없다. 이집트와 튀니지에서 군부가 정국을 결정지은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나아가 중앙아시아에는 민주화 시위의 구심점 역할을 할 반대 세력이나 야당 등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카자흐스탄 대선에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에 맞선 세 후보는 나자르바예프를 비판하긴커녕 오히려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물론 장담할 수는 없다.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잠재적인 불만 요인은 많다. 다만 혁명의 움직임이 무르익는 데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 아랍혁명 동력은 '배고픔'

반정부 시위로 독재자가 축출됐거나 벼랑에 몰린 국가들은 젊은 층의 비율이 높은 나라들이다. 재스민 혁명의 발원지, 튀니지는 25세 이하 인구비율이 42.2%, 이집트는 52.3%다. 내전중인 리비아의 경우도 47.4%에 이른다. 장기독재로 민주화를 향한 압력이 높아졌다는 점 외에도 실업률 높고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층이 혁명의 추동력이 됐다.

만성적 실업, 식료품값 인상 등 고물가에 시달리던 튀니지 국민은 1월14일 23년간 철권통치를 휘두른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74) 전 대통령을 축출했다. 시위를 촉발하게 한 계기는 노점상 무함마드 부아지지(26)의 분신자살이었고, 위키리크스를 통해 고위층의 부정부패가 알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벤 알리는 내각 해산 및 조기 총선 실시 등 유화책을 내놓았으나 저항의 불길을 잡지 못하고 해외로 도주해야 했다.

하루 2달러 이하의 생활비로 사는 극빈층이 국민의 40% 이상인 이집트에서도 경제난과 대통령 일가의 부정부패에 신물이 난 시위대가 호스니 무바라크(82) 전 대통령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1981년 권좌에 올랐던 무바라크는 시위 18일만인 2월11일 사퇴를 선택했다.

42년의 세계 최장기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69) 리비아 국가원수는 조금 달랐다. 1969년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카다피는 시위대에 저격수와 전투기를 동원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급기야 유엔이 리비아 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고 공습하기에 이르렀고 지금까지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 거센 퇴진 압박에 서있는 독재자가 바샤르 알아사드(46) 시리아 대통령과 알리 압둘라 살레(68) 예멘 대통령이다. 두 사람은 각각 2000년, 1969년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세습하고 퇴행적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통령으로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높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독재정권들이 무능과 부정부패로 사회 전체의 빈부격차와 생활고를 키워, 성난 민심의 심판을 자초한 셈"이라고 전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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