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부터 인재 조기발굴을 목적으로 시행되던 중ㆍ고교의 수학ㆍ과학 경시대회가 내년 대부분 폐지될 전망이다. 중ㆍ고교 경시대회는 2000년대 들어 본연의 목적에서 일탈해 특목고와 대학입시를 위한 ‘스펙’ 쌓기용으로 변질되면서 선행학습형 사교육 유발의 진원지로 비판 받아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6월로 예정된 수학ㆍ과학 경시대회를 끝으로 내년부터 중ㆍ고교 수학ㆍ과학 경시대회를 폐지하기로 하고, 해당 내용을 일선학교에 공지했다고 8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이 12개 시도교육청의 경시대회 공동 문제지 출제 실무를 맡아온 만큼 이번 폐지결정에 따라 다른 시도교육청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학ㆍ과학 경시대회는 2005년 당시 참여정부의 사교육 억제 정책에 따라 전국단위 대회가 폐지된 후 16개 시도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실시해왔다. 현재 서울ㆍ부산ㆍ인천 등 12개 교육청이 비용을 분담하고 서울시교육청이 출제위원단 운영 등 실무를 주관하는 방식으로 공동 운영하고 있다. 반면 대구, 전북, 강원교육청은 이미 대회를 폐지했고, 경기도교육청은 2005년 고교 경시대회를 폐지한 후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경시대회는 독자적으로 계속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학ㆍ과학 경시대회 폐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 밖의 11개 시도교육청은 6월 경시대회 평가가 끝난 후 존폐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마지막 대회에서도 선행학습형 사교육을 억제하고자 연령 제한이 없던 기존 규정을 바꿔 ‘중3 이상, 고교생 전체’로 시험 자격을 한정했다. 또 중학교 3학년생들이 대회 준비를 위해 선행학습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출제범위를 5월 교육과정까지로 제한했다.
서울시교육청 류명숙 장학관은 “20년 넘게 진행돼온 경시대회는 단순 문제풀이 실력밖에 측정하지 못해 창의력이 중시되는 미래형 인재를 발굴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과 고입ㆍ대입 전형 때 학생부에 수상실적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현 입시제도와도 상충되는 점이 있어 폐지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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