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최저임금 수준은 논의도 하기 전에 최저임금위원장 선출을 놓고 정부와 노동계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위원장 선출을 놓고 이 같은 불협화음이 불거진 것은 이례적이다.
최저임금위는 8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회의를 열어 지난달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긴 문형남 전 위원장 후임을 선출할 계획이었지만 노동계 반발로 무산됐다.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으로 구성되는 최저임금위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근로자ㆍ사용자위원은 3분 1이상 참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공익위원 중 1명을 위원장으로 선출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고용노동부의 의향이 작용해 박준성 성신여대 교수가 위원장 후보로 추천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도는 데 반발해 이날 회의에 2명만 참석하고 나머지는 불참해 선출 정족수를 미달시켰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공동으로 구두성명을 내 “고용노동부가 박 위원을 사실상 내정하고 이를 밀어붙이기 위해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에 질세라 회의 후 위원들과 간담회에서 “법을 무력화하려 한다든지 도전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며 “이런 관행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대심리도 높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최저임금이 여러 분야에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위원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물가 급등 등을 감안해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5,410원으로 올해(시급 4,320원)보다 25%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영계는 동결이나 3% 미만 인상 방침으로 맞서고 있다. 노동계의 노동법 재개정 요구까지 맞물려 올해 최저임금 인상 줄다리기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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